[전남일보]서석대>정부의 마이너스 통장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정부의 마이너스 통장
박성원 편집국장
  • 입력 : 2023. 08.20(일) 16:34
박성원 국장
‘마이너스 통장’은 대출 한도 내에서 언제든지 돈을 인출할 수 있고, 여유 자금이 생기면 바로 갚을 수 있어 편리하다. 많은 이들이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하는 이유다. 정부에도 마이너스 통장과 유사한 ‘한국은행 일시 대출금 제도’가 있다. 일시 대출금은 정부가 세금이 걷히기 전 일시적으로 빌려 쓰는 자금으로 나중에 세금이 들어오면 갚는 식이다.

정부가 세수 감소에 따른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올 상반기에만 100조원이 넘는 대출을 받아 급한 불을 끈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정부가 한국은행에 빌린 누적 금액은 100조8000억원으로 해당 통계가 전산화된 2010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많았다. 급전을 끌어다 쓴 만큼 정부의 이자 부담도 엄청나다. 6월까지 한은에 지급한 이자만 1분기 642억원, 2분기 499억원 등 1141억원에 달한다. 쓸 돈이 없어 빚을 내고, 이자까지 지불하는 전형적인 ‘악순환 구조’다.

정부의 마이너스 통장 대출이 급증한 원인은 경기 침체와 부동산 거래 부진과 함께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세금이 예상만큼 걷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상반기 국세 수입은 178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조7000억원 덜 걷혔다. 기획재정부가 세수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것이 마이너스 대출 급증의 원인이 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조만간 세수 재추계 결과를 발표하겠다며 자신들의 세수 추계에 오차가 있음을 인정했다.

과도한 세수 부족이 문제가 되는 건 재정운용의 왜곡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세입이 예상보다 적으면 세출을 줄이거나 빚을 내 충당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정부 재정의 ‘재분배’ 기능이 약화되고 예산 집행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질 위험이 커진다. 세입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편성했던 사업을 중단하는 불용 처리 시 취약계층 지원과 고령화·노인 빈곤 문제 등에 대한 정부 지원 규모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7월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8조1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원 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도 국민도 모두 빚에 허덕이는 딱한 상황이 됐다. 서민의 삶을 지원하고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나 국채 발행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