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나무의사의 사랑’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나무의사의 사랑’
이용환 논설실장
  • 입력 : 2023. 08.22(화) 16:54
이용환 논설실장
1945년 8월 일본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졌다. 순식간에 8만여 명이 죽고 반경 4㎞에 살아남은 생명체가 없을 만큼 피해는 참혹했다. 하지만 폐허가 된 나가사키 거리의 한 가정집에서 불탄 감나무 한그루가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폭발 직후 2000도에 달하는 열복사와 초고기압을 이겨낸 유일한 생명체. 이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은 이는 일본 나무 의사 에비누마 마사유키. 그는 이 나무에서 씨를 받아 발아시키고 접목하는 방식으로 2세 나무를 살려냈고 지난 2000년에는 광주시립미술관에도 식재했다.

“정이품송이 죽어가고 있다. 꼭 살려달라.” 1979년 어느 날, 속리산 국립공원 관계자가 우리나라 최초의 나무의사 강전유에게 도움을 청했다. 천연기념물 103호 ‘정이품송’은 그 해부터 솔잎혹파리 같은 해충에 시달려 회생이 어렵다는 진단까지 받았다. 강전유는 정이품송을 살리겠다는 일념 아래 3년 동안 2억 원에 달하는 치료비를 들여 정이품송을 돌봤다. “나무와 인간은 공존해야 한다. 나무가 죽으면 결국 사람도 죽을 수밖에 없다.” 나무에 평생을 바쳤다는 강전유의 이야기다. 그가 회생시킨 나무도 보은의 ‘정이품송’부터 송광사 ‘쌍향수’, 조계사 ‘백송’ 등 100만 그루가 넘는다고 한다.

지난 2018년 도입된 나무의사는 나무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외과적 수술이나 약물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나무의사 우종영은 나무의사의 역할을 ‘사랑과 연민’이라고 했다. ‘나무는 결핍이 있을 때 채우려 하기보다 그것을 휴식으로 바꾸고 재정비하는 기회로 삼는다’거나 ‘모두가 자유를 찾아 움직이는 것을 선택했을 때, 나무는 움직이지 않는 것을 택함으로 자유를 얻었다’는 그의 철학에는 나무에 대한 사랑과 연민이 깊이 묻어난다.

최근 광주나무병원이 광주시 일대 보호수와 가로수를 대상으로 건강 점검과 치료 활동에 나섰다고 한다. 그의 나이 60. 환갑에 늦깎이로 나무의사가 된 광주나무병원 김중태 원장은 ‘나무에게 사람이 필요하듯, 사람에게 나무는 무엇보다 중요한 존재’라고 말한다. ‘나무 한 그루를 살리는 것이야말로 인간은 물론 수많은 생명들도 함께 살리는 것’이라는 것도 그의 신념이다. 나무에 대한 경이로운 사랑이면서 나무의사의 존재에 대한 스스로의 성찰이다. 이 땅의 모든 생명을 키워 낸 나무. 이 나무를 통해 식물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꿈꾸는 ‘나무의사의 사랑’이 듬직하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