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열대화와 히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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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서석대>열대화와 히트플레이션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 입력 : 2023. 08.27(일) 14:11
김선욱 부국장
1901년, 미국 뉴욕은 여름이면 덥고 습했다. 어떤 날은 인쇄기를 가동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종이가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했다. 컬러 인쇄에는 치명적이었다. 습도 문제를 해결하는게 급선무였다. 윌리스 캐리어는 1902년 제습기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했다. 이 제습기가 현대식 에어컨의 시초가 됐다. 에어컨의 발명은 인류사의 방향을 바꿨다. 열대기후 지역에 국가 다운 도시 발전을 가능케 했다.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 전 총리는 생전에 20세기 최고 발명품을 에어컨이라고 극찬했다. 인류에게 에어컨 없는 삶은 상상하기 조차 무섭다. 역대급 폭염을 견뎌낼수 있는 것은 에어컨 덕이다.

하지만 에어컨의 냉매는 오존층을 파괴해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역설적으로 에어컨을 켜는 것은 지구를 끓게하는 악순환의 연결고리이다. 인류가 더위를 극복하는 대신, 지구는 열병에 걸린 셈이다. 1972년, ‘성장의 한계’라는 로마클럽 보고서에 지구 온난화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했다. 화석연료 등의 사용으로 늘어난 이산화탄소가 태양에서 온 에너지를 지구 대기권에 온실처럼 가둬 기온을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합의했지만, 각국의 산업화 경쟁은 이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지난달 유엔은 ‘지구가 펄펄 끓는다(global boiling)’며 지구 열대화 시대를 알렸다. 펄펄 끓는 지구 기상 이변의 위험성을 ‘온난화’처럼 무난한 용어로는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현재 기후 변화는 공포스러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최근 뜨겁게 달아오른 지구가 식품 물가를 끌어올리는 ‘히트플레이션’(열+인플레이션)으로 지구촌 경제에 또 하나의 경고등이 켜졌다. 가축이 폐사하고, 곡물이나 채소 등의 재배가 어려워지자, 식품 공급이 줄어들어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현상이다. 인도에선 지난 6개월간 토마토 가격이 445% 폭등했다. 국제 설탕 가격은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이스크림, 초콜릿 등 가공식품 가격도 덩달아 올렸다. 이상기후는 우리 식탁까지 위협하고 있다. 한 기후 학자는 지금의 지구를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는 가장 시원한 날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