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환 논설실장 |
헬렌 켈러의 가정교사로 잘 알려진 앤 설리번도 사랑으로 헬렌을 키워낸 참 교사였다. 어릴 적 가정환경이 불우 했던 앤. 자신의 삶 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던 그는 어느 날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헬렌을 만나 그가 갖고 있던 분노와 절망을 하나씩 씻어냈다. ‘할 수 있다’는 정신도 심어줬다. 세익스피어 등 고전을 소개하기 위해서도 앤은 미리 모든 것을 읽고, 완벽하게 이해한 후 헬렌에게 가르쳤다. ‘내게 가장 중요한 날은 설리번 선생을 만난 날’이라는 게 헬렌의 회고다.
교사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만드는 고귀한 직업이다. 스승이라는 호칭에 걸맞게 한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우리에게 교사는 스승이 아닌 ‘단순한 직업인’으로 전락했다. 교권도 처참할 정도로 무너졌다. ‘바지가 짧다’고 지적한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고, 술에 취한 학부모가 멱살을 잡고 교사의 얼굴에 침을 뱉은 학부모도 있었다고 한다. 권한은 누리려하면서 책임은 회피하는 학교 시스템도 문제다. 악성민원, 갑질, 폭언, 욕설, 성추행도 일상화 됐다. 그야말로 교사 수난시대다.
지난 7월 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서울 서이초 사망교사의 49재를 맞아 교사들이 9월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예고하면서 우리 사회가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26일 열린 교사집회에서는 재량휴업을 허용한 교육감에게는 환호, 이를 막는 교육감에게는 야유가 쏟아졌다. 집회에 참석한 교사들도 대부분 눈물을 흘리며 고인을 추모했다. 교사들이 하루 공교육을 멈추겠다는 것은 교권과 학습권이 공존하는 새로운 교육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이름도 빛도 없지만 묵묵히 학교를 지켜온 교사들, 뜨거운 가슴 하나로 학생들과 함께 해 온 교사들의 눈물이 가슴 아프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