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107-2> 전복, 소비 감소 불구 생산 늘어나는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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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107-2> 전복, 소비 감소 불구 생산 늘어나는 ‘악순환’
전복 주산지 완도 지역경제 위축
양식시설 규모 10년새 3배 늘어
추석 대목 ‘홍수 출하’ 가격 폭락
군 "전복 어가 어려움 해소 앞장"
  • 입력 : 2023. 09.03(일) 18:34
  •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
지난달 31일 완도군 청산면에서 전복 유통상인들이 전복 출하를 준비하고 있다.
‘바다의 산삼’이라 불리던 고급 수산물 전복의 가격이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하락하면서 그 명성이 무너지고 있다.

전국 전복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완도에서는 전복 어민들의 파산신청이 급증하는 추세다. 전복 가격 폭락이 지속되면서 전복 양식 어가의 소득이 급감하고 결국 어가 부채 증대로 이어져 지역경제 위축을 초래하고 있는 것.

전복 양식시설 확대와 이에 따른 과잉 생산이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배출에 따른 소비 위축까지 겹치며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 전복가격 매년 하락세

지난달 22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복 산지 가격이 큰 전복(㎏당 8마리)은 2만 3217원으로 지난해 7월 4만 2609원보다 45.5% 떨어졌다. 중간 전복(㎏당 12마리)은 1만9739원으로 지난해(2만5565원)보다 22.8%, 작은 전복(㎏당 20마리)은 1만5391원으로 19.5%(1만9130원) 하락했다.

전복 주산지 완도의 산지 가격 역시 매년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전복 가격은 1㎏(10마리) 기준으로 2014년 5만3236원이었으나 2015년 4만4750원, 2016년 3만9451원, 2017년 4만1800원, 2018년 3만4430원, 2019년 3만6100원, 2020년 3만5000원을 기록했고 2021년 3만2000원으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 소비는 줄고 생산은 늘고 ‘악순환’

전복 가격 하락 원인은 한때 전복양식이 호황사업으로 인식돼 양식 어가가 꾸준히 늘면서 생산량이 폭증한 것이 첫 손에 꼽힌다.

실제 전복 해상가두리 시설량은 2008년 36만칸에서 지난 2020년 기준 110만칸으로 10년 새 3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복 생산량 역시 6000톤에서 1만4411톤으로 2배 넘게 늘었다.

전복 폐사율이 낮아진 것도 생산량 증가에 한몫했다. 칸당 입식 마릿수를 줄이는 등 양식 어민들의 노력으로 전복의 폐사가 대폭 줄어들었지만 이는 생산량 증가로 이어져 가격이 내려가는 원인이 됐다.

매년 ‘홍수 출하’로 인해 손해를 보고 있지만 그렇다고 추석 전 출하를 포기할 수 없는 실정이다.

완도군 고금면에서 8년째 전복양식에 종사 중인 김모(54)씨는 “처음 전복 양식을 시작했을 때도 이미 직전 해에 비해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전복 양식을 한 이래 그때가 가장 가격이 높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지만 명절 대목인 추석 전 출하를 포기할 순 없다”며 “추석 대목만을 보고 일 년 농사를 버텨왔는데 어떤 바보가 이 시기를 놓치겠나. 다 같은 마음인 걸 알지만 누굴 원망할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 ‘엎친 데 덮친 격’ 오염수 방류

전남도와 완도군, 어민들은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과잉 생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한 소비 위축을 꼽고 있다.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소식이 전해지면서 수산물 소비가 위축되자 전복 역시 그 타격을 피해가지 못한 것.

완도군 관계자는 “전복 양식 어가를 비롯한 어민들이 과잉생산과 소비위축에 따른 수급 불균형으로 파산 등 극심한 어려움 겪고 있어 그에 맞는 해결책을 구상, 실천 중이다“며 ”장기계획은 물론, 당장의 판매 활성화 방안을 통해 전복 어가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적극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