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107-1> “전복값 폭락에 대출금 이자도 못 갚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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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일주이슈 107-1> “전복값 폭락에 대출금 이자도 못 갚아요”
완도 청산면 전복 양식장 가보니
㎏당 2만7000원 전년비 35% 하락
양식시설·선박 등 거액 대출 받아
‘빛 탕감’ 받는 파산신청 어가 급증
  • 입력 : 2023. 09.03(일) 18:37
  • 글·사진=조진용 기자
완도군 청산면 위장명씨의 해상 가두리 전복 양식장
지난 1일 완도군 청산면에서 전복 양식을 하고있는 위장명씨가 전복의 먹이인 다시마를 양식장에 넣고 있다.




“전복값이 뚝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추석도 코 앞이라 내다 팔아야 하는데 제값이나 받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최근 찾은 완도군 청산면의 한 전복 양식장. 출하 준비를 마친 전복값을 정하기 위해 유통상인들이 전복 양식어가들과 한창 흥정을 벌어졌다.

얼마 뒤 유통상인들과 전복값 흥정을 마친 양식어민들은 흡족하지 않은 표정으로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2000년 청산면으로 귀어해 23년째 1500칸 전복 양식을 하고 있는 위장명(47)씨 얼굴에도 근심이 가득했다.

최근 전복값이 크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전복값은 2만7000원( ㎏당 8마리)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만2000원 대비 35%가 떨어졌다.

전복값 폭락으로 양식시설 설치 때 빌린 대출금의 이자조차 못 내는 실정이다. 어가들은 수협에서 5~10억원의 대출을 받아 전복을 키운다. 양식 특성상 전복 씨앗값만 3000만원에 달하며 기본시설, 작업·관리 선박 등을 구입해야 해 초기 투자 비용이 막대하다.

위씨는 “500칸 규모 전복 양식장을 운영하기 위해선 관리선·작업선 2척을 비롯해 총 6억원이 필요하다”며 “전복 성체에서 받은 씨로 인공수정을 하면 치패가 탄생한다. 치패가 2~3㎝로 자랄 때까지 10개월간 인공수조에서 키운 다음 바다 양식장에 집어넣고 3년 이상 자라야 전복이 된다. 생산부터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 3년 이상 소요되는 ‘장기전’이다.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 것에 비해 전복 가격이 크게 하락해 대출금 이자도 갚기가 버거운게 현실이다”고 밝혔다.

현재 완도군에서는 대출금 이자에 허덕이다 법원 심사를 거쳐 빚을 탕감받는 파산 신청 어가들이 잇따르고 있다.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에 정식 파산을 신청해 채권 면책 결정을 받아 수협에 통보된 전복 양식어가는 2021년 4명에서 지난해 14명으로 크게 늘었다. 올 들어서는 완도 전복 생산량 50%를 차지하는 완도 소안수협 16어가, 금일수협 6어가가 파산을 신청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맞물려 지난달 21일부터 완도군 전해역에 고수온 주의보가 발령되면서 양식어가의 걱정은 더욱 커졌다.

위씨는 “고수온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전복의 폐사율이 높다. 10~15일 정도 지나면 죽은 개체가 나온다”며 “고수온기와 전복 산란기가 겹쳐 방란·방정 관리도 관건이다. 다시마 먹이 부패에 따른 수질 악화, 조류 소통 불량에 의한 용존산소 결핍 등에 의해 폐사하지 않도록 가두리망 교체와 사육밀도 조절, 먹이 공급 등이 필요해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본격적으로 방류하면서 전복 소비 위축은 예견된 일이다”며 “추석 명절을 앞두고 전복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지만 수산물에 대한 불신이 오히려 커질까 걱정이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조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