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신 남해안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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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서석대>신 남해안 시대
이용환 논설실장
  • 입력 : 2023. 09.05(화) 16:56
이용환 논설실장
“바다를 건너 영국으로 가는 것은 위험하다. 마차로 갈 수 있도록 터널을 건설하자.” 1802년 프랑스 광산기술자 알베르 파비에르가 프랑스와 영국을 잇는 해저터널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1792년부터 전쟁을 치렀던 영국과 프랑스, 아미앵 조약으로 잠시의 평화가 찾아왔지만 국제 정세는 불안했고 전쟁 가능성도 높은 상황. 파비에르는 해저터널을 뚫어 영국을 침략하자며 나폴레옹을 설득했다. 터널 중간에 말을 교대시키기 위한 인공섬을 건설하고 굴뚝을 바다위로 뽑아 환기를 시킨다는 구체적 내용의 설계도도 만들었다. 당시 기술로는 실현되기 힘든 해프닝이었다.

지난 2010년 경기연구원이 세계 최장의 해저터널로 서해안 시대의 포문을 열자며 한·중 해저터널의 기본구상을 내놨다. 한중 해저터널과 함께 부산∼하까다 간 한일 해저터널이 완공될 경우 동북아 지역이 고속철도망으로 연결돼 한국의 생산유발액만 1025억 달러(116조 245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경기연구원의 분석이었다. 철도 운행으로 서울 베이징이 1366㎞로 단축되고 서울 상하이 또한 1800㎞로 5시간 31분이면 도착해 경쟁력도 있다고 했다.

바다를 건너 섬과 육지를 잇기 위한 인간의 욕망은 오래됐다. 배를 이용하다가 다리를 놓았고 한발 더 나아가 해저터널을 뚫었다. 대표적인 해저터널은 영국과 프랑스 사이 도버해협을 관통하는 유로터널이다. 총연장 50.4㎞인 이 터널은 구상부터 완공까지 200년이 걸렸다. 투입된 예산도 210억 달러.샌프란시스코의 랜드마크인 골든게이트 브릿지(금문교)보다 700배나 더 많다. 기술 발전으로 터널의 길이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이 구상중인 산둥에서 랴오닝간 보하이터널은 123㎞, 아시아와 아메리카를 연결하겠다는 베링터널도 시베리아에서 알래스카까지 100㎞가 넘는다. 인간의 한계에 대한 상상하기 힘든 도전이다.

영·호남을 최단 시간에 이어줄 국내에서 두 번째로 긴 해저터널이 2031년 개통을 목표로 12월부터 공사가 시작된다. 여수 신덕동에서 경남 남해군 서면을 육상과 해저로 연결하는 이 터널은 총연장 8.085㎞에 달한다. 개통되면 기존 1시간 30분여 이르던 여수~남해 간 이동시간이 10분 대로 크게 단축된다.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뱃길에서 교량, 이제는 해저터널까지. 전남과 경남, 부산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남해안 관광벨트 구축과 함께 상생과 번영의 신 남해안 시대가 이렇게 다가오고 있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