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폭염·태풍에 과일값 폭등…“대체 과일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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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폭염·태풍에 과일값 폭등…“대체 과일도 뜬다”
사과 등 작황 부진으로 '수급 비상'
무화과·애플망고 등 이색과일 인기
농식품부 "공급확대·할인 판매 지원"
  • 입력 : 2023. 09.07(목) 16:17
  •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
지난달 서울 서초구 한 하나로마트에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으로 인한 농축수산물 선물상한액 증가 관련 안내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뉴시스
추석을 20여일 앞두고 과일류 가격이 4일 만에 최대 2배 이상 오르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폭우·폭염으로 생산량이 감소한 데다, 명절을 앞두고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올해 식자재 주요 산지들은 장마와 폭염에 이어 태풍 ‘카눈’까지 연이어 일어난 이상기후로 인해 작황난을 겪었다.

사과, 배 등 주요 농작물의 상품성 저하와 물량감소에 따른 여파가 우려되자 유통업계와 소비자들은 무화과, 딸기, 애플망고 등 특수 작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지난 6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농업관측 9월호 과일’ 보고서에 따르면 이달 사과(홍로) 도매가격은 10㎏에 7만∼7만4000원으로 지난해 동월의 2만8400원과 비교해 146.5∼160.6%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추석 성수기 사과 출하량은 지난해 대비 14% 감소한 5만6000 톤으로 내다봤다. 9월과 10월 이후 출하량은 생산량이 줄어 전년 대비 각각 12%, 20%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사과 생육 상황은 개화기 저온 및 서리·우박 피해와 병 발생이 증가해 지난해 대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7월 긴 장마 이후 홍로뿐만 아니라 후지 등에도 탄저병이 발생했고 갈반병 및 부란병 발생 전년 대비해 증가했기 때문이다. 서리피해로 동녹 발생이 많고 여름철 고온으로 일소 및 엽소 피해도 전년 대비 증가했다.

사과뿐 아니라 배, 포도, 복숭아 등 과일 가격이 1년 전과 비교해 전반적으로 높을 것으로 연구원은 전망했다.

배(신고) 도매가격은 15㎏에 5만1000∼5만5000원으로 전년 동월(3만2800원)보다 55.5∼67.7% 높아진다고 내다봤다. 배의 추석 성수기 출하량은 전년 대비 8% 감소한 4만4000톤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복숭아(엘버트)는 4㎏에 2만8000∼3만2000원으로 40.7∼60.8%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포도의 경우 품종마다 차이가 있으나 이달 도매가격이 1년 전보다 오를 전망이다. 샤인머스캣은 2㎏에 2만∼2만4000원으로 3.6∼24.4% 비싸지고 거봉은 2㎏에 1만8000∼2만2000원으로 9.8∼34.1%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캠벨얼리 품종의 도매가격은 3㎏에 2만∼2만4000원으로 31.6∼57.9%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은 차례상 및 추석 선물용 과일세트에 쓰이는 알이 굵은 대과(大果)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지속되자 외형적으로 상품성이 다소 떨어지는 과일로 저가형 선물세트를 구색하거나 이색 과일 품목을 확대하는 등 대안을 꾀하고 나섰다.

올해 사전예약 중인 추석 선물세트를 보면 사과, 배 등 단일 상품으로만 구성된 패키지보다 여러 종류가 혼합된 상품이 많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선호도가 높은 인기 과일을 한데 모아 세트 상품으로 묶었다. 프레스티지 사과 샤인 애플망고, 푸드에비뉴 샤인 멜론 등이 대표 상품이다.

롯데마트는 사과와 배 작황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부자재 비용을 줄이거나 기존보다 알이 적은 원물을 활용한 저가형 가성비 선물세트 물량을 30% 확대했다. 사과나 배 등 단일 상품보다 샤인머스캣이나 멜론 등을 섞은 혼합 선물세트 구성도 늘렸다. 이마트도 샤인머스캣이 포함된 혼합 세트 물량은 지난해보다 26%가량 늘렸다.

제철을 맞은 무화과도 덩달아 인기다. 영암군에서 무화과를 생산 중인 김영님(53)씨는 “평년보다 작황이 좋지 않아 물량은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수요는 오히려 늘어난 상황이다”며 “사과, 배의 가격이 높게 형성되다보니 추석선물로 주문을 넣는 분들이 많다. 올해는 수확이 늦은 편이었는데 오히려 추석 대목과 맞물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추석을 앞두고 사과, 배 가격이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 농식품부는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추석 성수품 공급을 확대하고 농축산물 할인 판매를 지원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보다 확대된 410억원 규모의 농축산물 할인지원을 추진한다. 개인별 2만원 한도 내에서 20%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쿠폰을 지급하며 유통업계는 마진율 인하, 카드 할인 등 자체 할인지원을 더해 할인 폭을 최대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이외 최근 생산량 감소 영향으로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사과, 배 공급확대를 위해 계약재배 물량을 지난해보다 10% 이상 확대하는 등 농협을 중심으로 성수기 공급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기로 했다.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