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 교학상장(敎學相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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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 교학상장(敎學相長)
양가람 사회부 기자
  • 입력 : 2023. 09.13(수) 12:53
  • 양가람 기자
양가람 기자
공자와 그의 제자들의 대화를 기록한 ‘논어’는 그 유명한 ‘學而時習之 不亦說乎(학이시습지 불역열호,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이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구절로 시작한다. ‘배움을 통해 새로운 것을 깨달아가는 게 즐겁다(說, 마음 속에서 우러나는 기쁨)’는 뜻이다. 즉, 배움(學, 깨달음)은 익힘(習)과 함께 해야 하며 스승은 이를 돕는 역할을 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에 대한 내용은 고전 곳곳에 등장한다.

‘예기(禮記)’ 학기편(學記篇)에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이 나온다. ‘學然後知不足 敎然後知困(학연후지부족 교연후지곤, 배운 후에야 부족함을 알고 가르친 후에야 어려움을 알게 된다)… 故曰敎學相長也(고왈교학상장야, 그러므로 가르침과 배움은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 사람은 배울 수록 부족함을 깨닫고 겸손해진다. ‘교학상장’은 그런 점에서 가르치는 스승과 배우는 제자 모두에게 울림을 주는, 이상적인 단어다.

오늘날은 어떨까.

서울 서이초 교사의 49재이자 ‘공교육 멈춤의 날’이었던 지난 9월4일, 교사들은 까만 점(點, 크기가 없고 위치만 있는 도형)이 되었다. 광장을 빼곡히 채운 점들은 선이 됐고, 선이 이어져 거대한 ‘물결’이 됐다. 한 교사는 스스로를 ‘민원이 없는 완벽한 선생님’이라 칭했다. 학생들이 잘못해도 지적하지 않고, 공부하기 싫어하면 놀게 하고, 학부모와의 면담에는 ‘듣고 싶어하는’ 말만 하는 게 그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눈 감고 귀 닫고 마음을 열지 않는, 그야말로 ‘가르치지 않는’ 교사다.

누군가는 직업인으로서 교사만 남고 스승이 사라진 사회라고 야유한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스스로 점이 되어야만 했던 이유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학생들의 문제로만 여겨졌던 ‘교실의 붕괴’는 어쩌면 아주 오래 전부터 시작됐는지 모른다. 누군가의 죽음이 있은 후에야 뒤늦게 멍든 교사들이 발견됐다. 어른이 되기 위한 삶의 지혜를 배우던 교실은 ‘입시(경쟁)의 장’으로 바뀌었고, 많은 교사들이 수많은 민원들에 시달리다 학교를 떠났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의 ‘학생인권조례 손질’, ‘교육행정·공무직의 민원대응팀 전담’ 등은 내부 갈등만 부추기고 본질을 흐리는 정책이다.

배움이 즐거워지는 사회는 언제쯤 올까. 하루빨리 교사와 학생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교실을 보고 싶다.
양가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