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109-1> 고물가에 오염수… “시장에 손님이 너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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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109-1> 고물가에 오염수… “시장에 손님이 너무 없어요”
● 추석 앞둔 광주 전통시장 가보니
명절 특수 ‘실종’… 상인들 ‘한숨만’
폭염·폭우로 과일 등 농산물값 급등
차례상 간소화·긴 연휴 등 설상가상
지역상품권 정부 지원 중단도 영향
  • 입력 : 2023. 09.17(일) 17:33
  • 박소영 기자·정상아 인턴기자
고물가와 농산물 가격 상승, 일본 오염수 방류 등의 여파로 전통시장의 활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추석 명절을 보름여 앞둔 지난 14일 광주 서구 양동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건호 기자
“추석선물 예약이 너무 없어요. 예전 같으면 예약 손님과 주소를 적어놓은 수첩이 몇 권씩 쌓였는데….”

추석을 보름 여 앞둔 지난 14일 찾은 광주 서구 양동시장. 명절 선물 대명사인 굴비를 파는 상인 양모(69)씨는 한 권밖에 없는 예약 수첩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양씨는 “굴비값이 너무 올랐다. 굴비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명절 성수품용 굴비는 최소 10만원 이상 비싸졌다. 굴비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올랐다”며 “이러니 선물 사러 시장에 오겠나. 지금도 손님 한명 없다”고 푸념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특수를 맞아야 할 전통시장이 고물가에다 올 여름철 폭염·폭우 등 악천후로 인한 농산물 가격 급등,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등 여파로 시민들의 발걸음이 뚝 끊겨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만 가고 있다.

양씨는 “옛날 같으면 이맘때 시장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지금은 오후 5시만 되면 사람이 싹 빠져나간다. 그렇다고 그 전 시간대에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니다”고 한탄했다.

실제 이날 양동시장은 명절을 앞둔 전통시장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한산한 모습이었다. 텅 빈 시장 거리에는 상인들의 호객 소리만 울려 퍼지고 가끔가다 들른 손님은 상품 가격을 듣고는 금방 자리를 떠나기 일쑤였다.

양동시장에서 한우·돼지고기를 팔고 있는 이야래(61)씨도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손님들에게 ‘품질이 아주 좋다’고 말하며 연신 옷을 붙잡고 있었다.

이씨는 “추석 선물 예약 건수는 작년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된다. 추석 특수를 기대하고 있지만 벌써 작년과 차이가 나니 걱정된다”며 “지금 당장도 고기를 다 팔지 못해 답답한데 추석이라고 크게 다를 것 같지도 않다. 돼지고기도 작년 이맘때에 비해 100g당 6000~7000원 상당 올라 다들 비싸다며 안 사 간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고물가 말고도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로 시민들의 불안이 고조되면서 수산물 시장은 다른 곳에 비해 더욱 파리만 날리는 모습이었다.

굴비와 제수용 수산물을 판매하는 김모(54)씨는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면서 추석 장사 생각은 이미 접었다. 예약은커녕 작년에 비해 매출의 20%가 급감했다”며 “굴비 같은 경우 올해 잡은 것도 아닌데도 손님들이 불안하니 아예 사질 않는다”고 한탄했다.

같은 날 찾은 광주 동구 대인시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상인들 너나 할 것 없이 추석 선물세트와 성수품을 보기좋게 포장해 매대에 올려뒀지만, 시장 거리에는 사가는 손님 없이 상인들만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 등 북적이는 명절 전통시장 풍경은 기대할 수 없었다.

이곳에서 과일가게를 운영 중인 윤정현(34)씨는 “사과 3개 가격이 만원으로 크게 올라 사려는 사람들이 줄었다. 공판장에서 사과 24개를 9만원 넘게 주고 사 오고 있는데 3개 만원도 이윤 없이 팔고 있는 것”이라며 “또 요즘 차례상을 간소화하기도 하고 과일이 너무 비싸다 보니 사과와 배, 샤인머스켓 등 두세 개의 과일을 세트로 묶어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추석 연휴가 6일로 늘어나며 황금연휴에 가족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등 제사를 간소화하는 것도 시장 상인들의 근심 중 하나다. 특히 지역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만들었던 지역상품권을 돌연 정부가 지원 중단을 발표한 것도 상인들에게 큰 걱정을 안겨주고 있다.

또 다른 과일가게 상인 김모(60)씨는 “온누리상품권이나 상생카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매출의 70%를 차지할 정도다”며 “내년부터 정부에서 지역상품권 지원을 중단한다고 들었는데, 손님들이 더욱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난 설 명절에는 정부에서 온누리상품권으로 상품을 구매하면 일정 금액을 다시 온누리상품권으로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해 시장에서 명절 음식 및 재료를 구매하는 사람들로 가득했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한편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광주지역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보다 3.5% 올랐다. 석 달 만에 다시 3%대를 기록했으며, 지난 4월 3.7%를 기록한 이후 4개월 만에 크게 올랐다. 기상악화로 인해 농상물 가격이 오르면서 신선식품지수는 5.9% 상승했다. 추석 필수품인 사과 가격은 전년동월대비 37%나 치솟는 등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박소영 기자·정상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