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기획특집> 재난재해·토지부족 대비, 세계 최초 바다위에 목장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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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 기획특집> 재난재해·토지부족 대비, 세계 최초 바다위에 목장 조성
전남을 농촌융복합산업 실리콘밸리로 만들자 17)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플로팅 팜'
2012년 뉴욕 허리케인서 힌트
태풍·등 위기때 먹을거리 공급
2019년 가동…젖소 40마리사육
퇴비, 거름 재생산·오물은 정화
에코피드 시스템 작동
  • 입력 : 2023. 09.20(수) 09:54
  • 글·사진=네덜란드 로테르담 박간재 기
네덜란드 로테르담 플로팅팜 사무실
플로팅팜 목장
플로팅팜 목장 내 젖소들
플로팅팜 목장
 “태풍, 폭우 등 재난재해로 위기에 처했을 때 안전하게 먹을거리를 공급받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떠다니는 목장(floating farm)’을 생각해 냈습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있는 세계 최초 떠다니는 목장, 수상목장 등으로 불리는 ‘플로우팅 팜’ 목장을 찾아갔다.

 이 아이디어는 2050년까지 세계 인구 70%가 도시에 살게 될 것이라는 가정하에 토지가 부족해질 경우에 대비해 시작된 실험 프로젝트다.

 로테르담 M4하픈 항구 인근으로 대형 크레인이 화물을 선적하느라 분주하다.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막 출발하는 대형선박도 보인다. 바닷가 한 켠 정사각형 모형의 건물이 물 위에 떠 있다. 젖소 여러 마리가 머리를 내밀고 있다.

 앞에 다다르니 반가운 한국말이 들린다. 우리나라 어느 대학 축산과 학생들인지 교수 등과 함께 7~8명이 선진지 목장 체험투어를 하고 있었다. 일정이 바쁜 남편 피터 판 빙거던 대표 대신 공동대표인 밍케 판 빙거던 여사가 안내를 맡겠다며 나선다.

●세계 최초 땅 아닌 물위에 목장 운영

 밍케 판 빙거던 목장 대표는 남편인 피터 판 빙거던 대표가 지난 2012년 뉴욕에서 허드슨 강 위를 떠다니는 주택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가하다가 이런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당시 허리케인 샌디가 뉴욕을 강타했고 도시 도로가 물에 잠겼으며 교통망도 마비됐다. 물류가 멈췄으며 이틀 뒤 상점에서 신선식품을 찾기가 어려웠다. 허리케인 때문에 도시가 고립되자 상점에서 음식이 동나는 걸 보고 지역에서 소비할 제품은 직접 생산해야 겠다고 맘 먹었다. 2012년 구상한 수상농장은 네덜란드 정부 허가를 받는데 7년의 시간이 걸렸고 2019년 본격 운영을 시작했다.

 “태풍피해를 보고 나니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건 최대한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이겠더라구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물 위에서 신선식품을 생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수상목장은 27×27m로 총 3층으로 구성됐다. 1층은 치즈를 숙성시키는 장소로 쓰이고 있고, 2층은 우유를 치즈, 요거트, 버터 등을 가공하며 3층엔 젖소 40마리를 키우고 있다. 바닥은 닻으로 고정해놨다.

 이 목장은 처음부터 사업용이라기 보다 교육을 위해 조성했다. 농토가 적은 국토 면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강 위에 수상농장을 지어 지역 식량 자급을 돕기 위한 실험농장인 셈이다.

●젖소 사료 지역에서 직접 조달

 목장 운영도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방안이 도입됐다. 최대한 재사용과 재활용을 통해 운영된다. 사료 60%는 지역에서 조달한다. 지역 내 양조장에서 술을 만들면 생겨나는 폐곡물과 야채 경매장, 푸드뱅크 등에서 유통기간이 지난 식품 등을 무상으로 얻는다. 축구장이나 골프장에서 깎고 남은 잔디 등도 사료로 먹인다. 농장은 무료로 소에게 줄 음식을 얻고, 지역은 비용을 치르고 폐기해야 할 음식을 무상으로 처리할 수 있어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띠고 있다. 물위에 떠있는 플로팅 팜엔 튼튼한 철재 다리로 연결돼 있어 바로 앞 목초지에 소들이 건너와 풀을 뜯어 먹을 수있도록 돼 있다.

 낙농장이 있어서 모든 방문자들은 첨단기술 로봇을 활용한 우유 생산 전 과정을 쉽게 볼 수 있다.

 전기는 목장 옆 바다위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을 통해 공급된다. 수상 목장에서 제작된 치즈, 요거트, 버터, 우유 등은 마을 레스토랑에 공급되며 목장 앞 상점에서도 판다.

 이곳은 최신 농업기술의 결집체이기도 하다. 소에게 먹이를 줄 때도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배급하고 배설물은 기계를 통해 수집해 비료로 만들어 낸다. 농장 내부로 진입하기 전까지 소 농장 특유의 배설물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인근 대학 등 교육기관과 각종 단체가 농업기술을 테스트해보는 테스트 베드 맡는다. 다양한 기술이 적용된 탓에 수상 농장의 생산 비용은 일반 농장에 비해 높다. 소 배설물을 비료로 가공해 판매하는 등 부가 가치를 창출하며 농장의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개구리밥으로 사료 활용…채소, 야채농장도 계획

 “사료로 쓰기위해 개구리밥도 키울 겁니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성장도 빠른데다가 소 오줌으로 키울 수 있거든요. 개구리밥을 수직 플랫폼에 넣고 특수한 LED 조명으로 키울 예정입니다.”

 빙거던 여사는 “처음에는 사람들이 수상목장 아이디어가 이상하거나 웃기거나 믿을 수 없다고 했죠. 하지만 건강한 식품에 대한 수요의 증가와 도시화, 기후 변화 등으로 미래 사업으로 좋은 아이템이라고 인정받고 있어요.”

 이 농장은 태풍이 와도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 물이 불어나도 자연스럽게 뜨기 때문이다. 사업이 처음부터 순탄치는 않았다. 지난 2012년 로테르담 항만 당국과 대화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악취와 소음 가능성 때문에 머뭇거렸지만 항만 측은 시제품 생산을 위한 공간을 줬다.

 “이곳 수상목장은 기후변동으로 인한 해수면 상승에도 안전하며 식당 식품폐기물을 젖소에 먹이고 생산된 유제품을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에코피드(eco feed)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물위에 양계장, 야채재배시설 등도 시도할 예정입니다.”
플로팅팜 전경




프롤팅팜 매장에서 바라본 수상목장
플로팅팜 매장 판매제품
글·사진=네덜란드 로테르담 박간재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