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서석대>김영록 전남도지사와 유비무환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서석대
[전남일보] 서석대>김영록 전남도지사와 유비무환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 입력 : 2023. 09.25(월) 15:07
박간재 부장
춘추전국시대 진(秦)나라 도공에게는 신하 사마위강이 있었다. 송나라는 정(鄭)나라 공격을 받자 도공에 긴급 구원을 요청했다. 도공은 노·제·조나라 등과 연합군을 구성한 뒤 정나라와 불가침조약을 체결했다.

이때 지휘관이 사마위강이었다. 이후 정나라는 초나라와 화친을 맺었지만 또다시 침공 당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진 나라 화친 중재로 안정을 되찾은 정 나라는 도공에게 감사의 뜻으로 선물을 보냈다. 선물을 받은 도공은 지휘관 사마위강을 불러 그 선물을 하사하려고 했다. 그러자 사마위광은 “편안할 때 위기를 생각하면 대비가 되고, 대비가 되면 걱정이 사라집니다” 라며 선물 받기를 사양했다. 서경(書經) 좌씨전(左氏傳)에 나오는 얘기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은 ‘준비가 돼 있으면 걱정이 없다’는 뜻으로 사전에 대비하면 뒤늦게 문제가 발생해도 해결할 수 있다는 고사성어다.
지난 21~23일 중국 상하이 취재를 다녀왔다.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상하이 시와 각종 경제협력을 체결하는 현장을 직접 취재하는 기회를 얻었다. 취재 현장에서 '유비무환'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깨닫는 시간을 가졌다.
김 도지사가 유커 방한이 본격화 되는 시점에 맞춰 직접 현지 마케팅에 나선 것. 짧은 일정이었지만 궁정 상하이 시장과 고위급 회담, 중국 대표 여행사 등을 대상으로 관광설명회와 동방항공과 무안국제공항~상하이 시 정기편 운항 협약, 광양산단 유치기업 MOU 등을 소화했다. 지난 2007년 이후 한때 주7회 90만명까지 실어 날랐던 동방항공을 이르면 오는 11월부터 무안국제공항에서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이외에도 중국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나라다사와 5000만달러(600억원) 규모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광양만권 율촌산단에 ESS 생산공장을 건립하게 된다. 이차전지 기업 ‘화유코발트’ 업체와도 4억달러 규모의 광양만권 세풍산단 생산설비 투자를 제안했다.

중국 업체가 한국 진출에 적극적인 이유는 뭘까. 현재 미-중관계 악화로 중국제품의 직접적 미국 수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의 ‘발상의 전환’ 전략이 숨겨져 있다. 전남지역 광양산단 등에 입주한 뒤 이곳에서 생산된 완제품에 ‘메이드 인 코리아’ 라벨을 붙여 판매, 전세계로 진출하겠다는 역발상 전략이다. 현재 전남에는 76개 중국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이 중 100만달러 이상 투자한 업체도 15곳이나 된다.

전남도는 이에 대한 전략을 염두에 두면서 중국과 교류를 이어가는 전략을 짜야 한다.

귀국을 준비하던 바로 그 시점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덕수 총리가 아시안 게임 개막식을 앞두고 회담을 했다는 속보가 떴다. “한·중관계 안정이야말로 양국 국민의 공동이익에 부합한다”는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유비무환’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일깨워 준 사례다. 한·중·일과 북·중·러가 밀착하며 신냉전 시대로 회귀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이럴수록 갑작스럽게 바뀌는 ‘외교적 훈풍’에 대비해 야 한다.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중국을 찾아가 다양한 선물 보따리를 가져온 것도 미래를 대비한 ‘유비무환’의 전략임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