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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전남일보]취재수첩> e스포츠 메카 꿈꾸는 광주, 역대급 기회 놓칠텐가
정성현 사회부 기자
  • 입력 : 2023. 09.25(월) 16:51
정성현 기자
전 세계 e스포츠인들의 축제 ‘롤드컵(리그오브레전드+월드컵)’이 5년 만에 한국에서 개최된다. 예선전은 내달 10일 서울에서 시작된다. 이어 부산에서 8강과 4강을 진행, 결승전은 11월19일 다시 서울로 돌아와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다. 올해 롤드컵은 세계 지역별 리그와 선발전을 통해 진출권(시드)을 따낸 22개 팀이 참가한다.

롤드컵이 한국에서 열린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최근 치러진 2018년에는 4강전이 광주여자대학교 유니버시아드 체육관에서 진행됐다. 당시 8강은 부산 벡스코, 결승은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렸다.

롤드컵은 시청자 수 기준 세계 최대 e스포츠 대회로 2011년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한국 팀 T1 대 DRX의 대결로 치러진 ‘2022 롤드컵 결승전’에는 전 세계 514만 명(중국 제외)이 동시 시청했다. 출전팀에게 주어지는 상금 규모도 222만 5000달러(약 32억원)에 달한다.

특히 롤은 최근 개최된 2022항저우아시안게임 e스포츠 부문 정식 종목에도 채택될 만큼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달 기준 한국 피시방 점유율에서도 압도적인 1위(41.93%)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정작 광주에서는 단 한 경기도 현장의 열기를 느끼지 못하게 됐다. 광주는 지난해 말부터 ‘2023 롤드컵’ 경기 유치에 적극 나섰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e스포츠를 ‘꿀잼도시 대표 상품’으로 천명한 만큼, 대회 유치에 대한 의지가 컸다. 그러나 교통·인프라 등 복합적인 이유로 개최지 선정에서 최종 탈락했다.

미개최 소식이 들리자, 지역민들은 허탈해하며 ‘응원전이라도 해달라’고 읍소했다. 특히 올해 롤드컵에는 광주·전남 지역 출신들도 출전해 아쉬움을 키웠다.

광주시는 e스포츠경기장 등을 활용해 시민들의 아쉬움을 달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4일 광주시 문화산업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광주에는 e스포츠경기장이라는 훌륭한 인프라가 있다. 이를 활용한다면 ‘뷰잉파티(대회 경기 생중계)’등도 진행될 만하다. 한국에서 대회가 열리는 만큼,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 지역민들이 함께 모여 응원한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후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광주시는 ‘저작권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돈이 많이 드는 데다 절차도 까다롭다는 게 이유였다.

반면 서울은 지난 15일 사상 최초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롤드컵 e스포츠 응원전’을 열기로 했다. 이에 오는 11월 16일부터 19일까지 광화문 광장 일대를 e스포츠와 게임을 위한 공간으로 꾸릴 계획이다. 결승전이 열리는 19일에는 ‘단체 뷰잉 파티’도 추진할 예정이다. e스포츠 대회를 위해 광화문 광장 사용 허가를 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광주의 대응과 상반된 모습이다.

수도권과 달리 지역 e스포츠는 대규모 경기 및 스타 프로게이머의 방문 등이 호응에 큰 영향을 끼친다. 특히 이번 롤드컵은 항저우아시안게임이 끝난 이후 이어지는 탓에 더욱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광주시의 대처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다. 아시안게임 e스포츠 경기는 이제 시작했고 롤드컵 결승전은 한 달 이상이 남았다. e스포츠 메카를 꿈꾸는 광주, 아시안게임·롤드컵이 이어지는 ‘역대급 기회’를 한 놓쳐서는 안 된다. 부디 지역 e스포츠 팬들의 바람에 귀 기울여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