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빚어본 송편, 엄마랑 먹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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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교육청
"처음 빚어본 송편, 엄마랑 먹을래요"
●다문화학교(하남중앙초) 추석계기교육
이중언어교사 도움받아 송편빚기
학년 낮을수록 다문화 비율 높아
“학부모 교육·학구조정 등 필요”
교육감 “다문화 공약 실현할 것”
  • 입력 : 2023. 09.25(월) 18:00
  •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
25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하남중앙초 2학년2반 교실에서 추석 계기교육이 진행됐다. 담임교사가 학생들에게 송편빚는 시범을 보여주고 있다. 양가람 기자
25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하남중앙초 2학년2반 교실에서 추석 계기교육이 진행됐다. 카자흐스탄에서 온 아미나가 고양이 모양 송편을 빚고 있다. 양가람 기자
25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하남중앙초 2학년2반 교실에서 추석 계기교육이 진행됐다. 한 학생이 본인이 빚은 송편을 들고 있다. 양가람 기자
“추석에는 왜 송편을 먹을까요?”

“송편 안에 들어있는 팥과 콩이 악귀를 물리쳐주니까요.”

25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에 위치한 하남중앙초 2학년 2반 교실에서는 추석 계기교육이 진행됐다.

2학년 2반 전체 학생 19명(남9·여10) 가운데 11명(남3·여8)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 다양한 국가 출신의 다문화학생들이다. 학생들은 먼저 추석의 유래와 다른나라 명절, 지역별 송편 특색 등에 관해 공부했다. 양력과 음력, 앙금 등 외국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은 이중언어 교사의 통역 도움을 받았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유율리아 이중언어 교사는 “한국에 온 지는 9년 정도 됐는데, 지난 4월부터 하남중앙초에서 일하고 있다”며 “1학년 대상으로는 2시간씩 한국어학급 수업을 돕고, 수영 체험학습 등 행사가 있을 때 통역을 지원하고 있다. 언어적·문화적 차이가 있다보니 나이가 어린 다문화학생들은 학교 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점점 늘고 있는 다문화학생들이 또래들과 어울려 행복한 학교 생활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담임교사의 설명을 따라 고사리 손으로 오색 송편가루를 반죽했고, 고양이·오리·꽃 등 각자의 취향이 담긴 송편들이 하나둘 빚어졌다.

러시아에서 온 가시나 발레리야(Gashina Valeria)양은 “한국에 온 지는 6개월 됐는데, 아직까지 송편을 먹어본 적이 없다”며 “떡볶이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뭔가 떡볶이 맛이 날 것 같다. 예쁘게 빚은 이 송편들을 집에 가져가서 엄마와 함께 먹고 싶다. 러시아에 계시는 아빠께도 내가 만든 송편을 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올해 하남중앙초의 전교생 가운데 다문화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60.6%로, 해마다 그 비율이 늘고 있다. 다문화학생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하남중앙초는 한국어학급 운영이나 연2회 이상 학부모 인식개선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자치학교에 선정돼 체육분야 교육에 비중을 높여 학생들의 공동체의식을 길러주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럼에도 다문화교육의 안정적 정착·운영은 갈 길이 멀다는 평이다.

최준연 하남중앙초 2학년2반 담임교사는 “저학년으로 갈수록 다문화학생 비율이 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한국어 교육이 더 강화돼야 한다”며 “다문화가정 밀집지역이다보니 굳이 한국어를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있어 학생들의 한국어 실력 향상이 더딘 편이다. 현재 주소지를 근거로 초등학교 배정이 이뤄지고 있다. 학구 조절을 통해 학급당 다문화학생의 비율을 낮춰, 다문화학생들의 한국어 노출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적 차이에 따른 부적응 문제 해소를 위해 다문화학생 부모 대상 교육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며 “러시아 등 국가는 가부장적인 경향이 있는데, 친구와 다툼이 생기면 자녀에게 ‘맞지말고 때려라’고 가르치기도 한다. 학부모들의 인식 전환 교육을 위해 교육청은 물론 지역사회에서 힘을 보태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다문화교실을 직접 둘러 본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은 다문화교육 관련 공약 실현에 더욱 신경쓰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시교육청은 한국어학급 운영, 학급당 학생 수 별도 기준 적용, 통·번역 서비스 등 교육격차 해소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지난 4월 송정다가치문화도서관에 문을 연 다가치센터에서는 다문화교육 등 지원 프로그램들을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교육감은 “다문화학생의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지원과 함께 그들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다문화교육 운영이 병행된다면, 학생들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교육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중언어교육 및 다문화감수성 신장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다문화학생들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