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특집>최신 독립영화부터 불후의 고전까지…한가위 시네마 ‘광주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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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추석 특집>최신 독립영화부터 불후의 고전까지…한가위 시네마 ‘광주극장’
알프스의 광활한 풍경 ‘여덟 개의 산’
백발의 연인과 기억 ‘이터널 메모리’
세사람의 알 수 없는 인생 ‘절해고도’
가족 탄생기 코미디 영화 ‘스크래퍼’
20세기 명작에 구로사와 ‘란’ 상영 등
  • 입력 : 2023. 09.26(화) 16:40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영화 ‘여덟개의 산’ 포스터.
올 추석 시네마는 광주 유일의 단관극장인 ‘광주극장’에서 즐겨보자. 고전영화부터 최신작까지 다채로운 장면들이 스크린을 채울 준비가 끝났다. 시대의 명작은 가을의 감성을 더한다. 광주극장은 오는 29일을 제외하고 추석 연휴 영화 상영을 이어간다. 추석 연휴 상영 시간표는 광주극장 네이버 카페에서 확인할 수 있다.

●9월 개봉 따끈따끈한 신작

먼저 알프스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두 친구의 우정을 그린 이탈리아와 벨기에의 합작 영화 ‘여덟 개의 산’이다. 영화는 파올로 코녜티 작가가 쓴 동명의 소설 ‘여덟 개의 산’을 원작으로 한다. 제75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화제작으로 이탈리아와 스위스의 경계에 위치한 알프스 아오스타 밸리의 아름다운 풍경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어느 노부부에게 찾아온 알츠하이머, 이들의 영원한 기록을 담은 칠레의 다큐멘터리 영화 ‘이터널 메모리’도 눈여겨볼 수작이다. 칠레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인 남편 아우구스토와 배우 출신의 전 문화부 장관인 아내 파울리나는 25년간 사랑을 이어온 백발의 연인이다. 영화는 부부가 서로를 재차 기억하고 사랑을 이어가는 일상을 셀프 카메라와 과거 홈비디오 영상을 교차시키는 독특한 방식으로 담아냈다.

27일 개봉하는 한국 독립영화 ‘절해고도’는 세 사람의 사연과 인연을 고즈넉한 풍경에 담아낸다. 촉망받는 조각가였지만 현재는 삶의 방향을 잊고 사는 ‘윤철’, 윤철의 딸이자 스스로의 길을 찾아 출가해 도맹이라는 법명을 갖고 살아가는 ‘지나’, 윤철과 연인 사이가 되었지만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지 못하는 ‘영지’. 이들의 이야기가 남도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영화 ‘스크래퍼’ 포스터.
28일 개봉하는 영국의 코미디 영화 ‘스크래퍼’는 혼자서도 잘만 살던 ‘조지’의 집에 초대한 적 없는 아빠 ‘제이슨’이 찾아오며 시작되는 어느 가족의 탄생기를 그린 영화다. 통통 튀는 감각으로 세계를 사로잡은 샬롯 리건 감독이 영화의 연출과 각본을 맡았고 ‘슬픔의 삼각형’,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등으로 유명한 배우 해리스 디킨슨과 귀여운 신인배우 롤라 캠벨이 주연을 맡아 독특한 매력의 부녀 연기를 선보인다. “부드러운 달콤함이 담긴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작품” 등 여러 매체에서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흥행 예상작이다.

다음은 파리지앵의 풍경을 닮은 프랑스 영화다. 최근 개봉한 ‘어느 멋진 아침’은 남편을 잃고 여덟 살 난 딸과 투병 중인 아버지를 돌보며 살아가는 ‘산드라’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며 일, 가족, 사랑 사이에서 삶을 이어 나가는 이야기다. 로케이션, 공간, 소품, 의상 등의 디테일한 연출과 촬영으로 아름다운 미장센을 완성시켰으며 제75회 칸영화제 최우수 유럽영화상을 수상했다.

영화 ‘어파이어’ 포스터.
독일 영화 ‘어파이어’는 청춘들의 욕망·사랑·질투·분노를 담은 페촐트 감독의 원소 삼부작 중 두번째 작품이다. 사랑과 낭만이 넘쳐야 할 여름 해변을 배경으로 번져오는 산불을 감지하지 못하고 자기 안에만 갇혀 있는 예술가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아이러니를 감상한다. 물을 주제로 한 ‘운디네’에 이어 불을 테마로 한 신작으로 ‘운디네’로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파울라 베어가 또 다시 신비롭고 매력적인 아우라를 선사한다.

●시대의 명작

광주극장은 7월부터 11월까지, 매월 1편씩, 고전의 반열에 오른 20세기의 명작 영화를 상영하는 기획전 ‘광주극장 월간 클래식: 20세기 명화극장’을 진행하고 있다. 9월 상영작은 셰익스피어 작 ‘리어왕’을 일본 시대극으로 옮긴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란(1985)’이다. 70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남아 있는 모든 에너지를 쏟아 만든 필생의 역작이다. 장대한 스케일과 화려한 색채, 극단적인 구도가 표현주의적 작품에 가깝다고 평가받을 정도로 시각적인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오는 10월 3일 오후 7시 상영한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일본 시대극 영화 ‘란’의 한 장면. 광주극장 제공
지난 7일부터 시작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 회고전’도 관객들의 호응 속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추석 연휴에 펠리니의 초기 대표작 ‘길(1954)’과 후기 대표작 ‘사티리콘(1969)’, ‘로마(1972)’를 상영한다.

‘길’은 유난히 서커스를 좋아했던 펠리니가 유랑극단 단원들의 삶을 다룬 영화다. 방랑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처럼 따뜻한 인간애에 대한 성찰을 보여준다. 1954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 수상과 함께 1957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떠돌이 곡예사 ‘잠파노’ 역에 안소니 퀸, ‘젤소미나’ 역에 펠리니의 아내 줄리에타 마시나의 연기 또한 인상 깊다.

유랑극단 단원들의 삶을 담은 영화 ‘길’의 한 장면. 광주극장 제공
‘사티리콘’은 로마 시대 작가 페트로니우스의 작품이라 전해지는 시를 혼용한 산문 풍자소설 ‘사티리콘’을 자유롭게 각색한 작품이다. 펠리니가 만든 최초의 역사물이지만, 작품 속 로마는 꿈과 환상에 가깝게 그려진다. 그로테스크한 세트, 원색적이고 역동적인 색채 표현, 절단된 신체들, 지옥도와도 같은 충격적인 이미지들의 향연에서 창작에 대한 펠리니의 광기가 느껴진다. 한편으로는 ‘펠리니적’인 영화 세계의 진수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펠리니는 영화 ‘로마’에서 어린 시절 자신이 가졌던 로마에 대한 이미지를 회고하는 한편, 실재하는 기록영상과 연출된 영상을 활용해 로마의 역사와 현재를 자유롭게 여행한다.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영화 세트’라고 불렀던 로마의 시간과 공간들이 개인적 기억과 상상을 통해 재구성 된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