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장축제를 일주일 여 앞둔 지난달 26일 동구 충장로 일대에 충장축제를 알리는 현수막 등을 찾아보기 힘들다. 정성현 기자 |
3일 광주 동구에 따르면, 20돌을 맞은 ‘추억의 충장축제’가 오는 5일부터 9일까지 5·18민주광장·충장·금남로 일원에서 펼쳐진다. 올해는 충·장·발·光(광)을 주제로 ‘불’을 매개로 한 상징 의식과 행사가 곳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이틀 앞으로 다가온 충장축제를 두고, 주요 행사 대부분이 금남로 일대에서 펼쳐진다며 ‘충장로 패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충장로 상인들은 축제가 진행되는 수일 동안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입장이다.
수십 년 간 충장로에서 자영업을 해왔다는 이모씨는 “충장축제가 진행되는 동안 각종 쓰레기며 오물 등으로 곤혹을 치른다. 몇몇 건물주들은 (축제 기간임에도) 문을 잠가놓기도 한다"며 "동구는 충장축제가 충장로를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거라고 하는데, 이는 현장과 동떨어진 얘기다. 대부분 행사가 금남로서 열리는데 어떻게 충장로가 살겠나. 일부 상인들은 ‘충장’축제인데 충장로는 뒷전이라며 성을 내기도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동구 충장축제 안내문. 주요 행사가 대부분 금남로에 구성돼 있다. 동구 제공 |
반면, 충장로1~3가에서는 우체국 주변을 중심으로 충장퍼레이드·거리 공연 프로그램 및 공실 두곳을 활용한 ‘추억의 다방’이 진행된다. 충장로4~5가에서는 웨딩의거리 커플 결혼식 퍼포먼스 등 추억 재생 프로젝트가 핵심 프로그램의 전부다. 상인들이 문제로 제기하는 부분도 이 지점이 크다.
이재연 충장123가상인회 이사는 “지금의 충장축제는 본질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충장축제는 지난 2004년 동구청 운동장에서 충장 상인·지역민들과 함께 시작됐다”면서 “당시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처럼 충장로 모든 가게가 할인하는 등 온전히 시민들을 위한 축제였다. 지금은 주요 무대·부스 등이 대부분 금남로로 빠지지 않았나. 프로그램도 첫 시작 때와는 완전 딴판이 됐다. 축제서 충장로가 주목받지 못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 이사는 또 “충장로 상인들이 문제를 자각하고 지난해부터 동구에 '충장축제위원회에 상인들을 참가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올해부터는 축제위원 30명 중 충장상인 2명이 배석하게 됐다”며 “그런데 임명을 받았을 당시에는 이미 대부분의 축제구조가 짜인 뒤였다. 여기에 회의마저 지난 10여 개월간 한·두 번뿐이었다. 말이 좋아 위원이지 실상 제대로 된 내용이 오간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동구에 확인해 본 결과, 올 1월부터 10월까지 개최된 ‘추억의 충장축제위원회 회의’는 총 5회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상인들이 포함된 30명 전체회의는 4월과 7월 두 차례뿐이었다. 나머지 3회(1월·2월·9월)는 위원장·문화·방송·홍보 등으로 구성된 10명의 기획위원이 진행했다.
정일성 충장123가상인회장은 “어느 순간부터 충장로와 상인들이 동떨어진 충장축제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상인 대표로 올 7월 충장축제위원에 임명 됐음에도 지자체와 적절한 소통 등을 하지 못해 답답했다”며 “약 20년 전 충장로 상인들과 건물주들이 돈을 걷어 동구청 마당에서 ‘서석축제’로 시작했던 (충장축제의) 과거를 잊어서는 안 된다. 결국 이 축제의 주체는 충장상인들과 시민들이다. 앞으로 지자체가 깊이 있는 소통·협의로 더욱 멋있고 신명 나는 축제를 만들어 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동구 관계자는 “충장축제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충장로를 패싱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그간 충장축제위 회의에서 상인들의 참여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절대 배제시킨 것이 아니다. 기획위원 10인도 잦은 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 인원을 모으다보니 그렇게 꾸려지게 됐다. 앞으로는 상인·시민들과 위치·프로그램 등에 대해서 충분히 소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