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현장의 중재자 “우리는 ‘대화경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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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집회현장의 중재자 “우리는 ‘대화경찰’ 입니다”
●21일 제78주년 ‘경찰의 날’
백남기 씨 사망 뒤 만든 제도
시위 충돌 최소화 완충 역할
보수단체 ‘정율성 집회’ 활약
광주 44명 활동… 아직 생소
  • 입력 : 2023. 10.19(목) 17:39
  • 송민섭·정성현·강주비 기자
지난해 7월25일 한전 임단협 집회에서 집회 관계자와 대화하는 대화경찰. 광주경찰 제공.
대화경찰은 집회·시위 현장의 불만이나 요구사항 등을 주최 측에 전달해 중재하고, 집회참가자들과 소통해 물리적 충돌을 최소화하는 일을 한다. 광주에는 총 44명(정보관 31명·기동대 13명)의 대화경찰이 활동중이다. 광주경찰 제공.
길거리 집회·시위 현장을 오가다 보면 형광색 옷이나 조끼를 입고 집회참가자들과 어울려 있는 사람이 있다. 평소 마주하던 경찰과 사뭇 다른 생김새를 가진 이들의 정식명칭은 ‘대화경찰’이다. 오는 21일 ‘제78주년 경찰의 날’을 맞아, 각 자치구별 대화경찰들에게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화경찰은 집회·시위 등 사회적 갈등 현장에서 소통 및 갈등의 완충 역할을 하는 경찰관을 말한다.

집회·시위 현장의 불만이나 요구사항 등을 주최 측에 전달해 중재하고, 집회참가자들과 소통해 물리적 충돌을 최소화하는 일을 한다.

스웨덴의 ‘대화경찰(Dialogue Police)’에서 시작됐는데 지난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집회에서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로 쓰러진 것을 계기로 지난 2018년부터 대한민국에 도입돼 시행 중이다.

광주에는 총 44명(정보관 31명·기동대 13명)의 대화경찰이 활동 중이다. 정보관의 경우 자치구 별로 광산경찰 6명·동부경찰 6명·서부경찰 8명·남부경찰 4명·북부경찰 7명이다.

광주 서부경찰 소속 박근홍 정보외근 팀장은 지난 2018년 대화경찰 제도가 도입된 후 지금까지 대화경찰로 활동하고 있다.

박 팀장은 “집회 현장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중간에서 불필요한 소모적인 논쟁을 줄이고,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있다”며 “집회현장이 격해지면 자칫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데, 대화경찰이 나서서 과격화된 분위기를 줄이고, 소통의 창구를 만들기도 한다. 중재자이자 완충지 역할인 셈이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대화경찰이 집회참가자와 반대 측의 가교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평화적인 집회·시위를 보장함과 동시에 집회참가자들을 보호하는 등 ’집회의 자유 보장‘과 ’인권 보호‘를 위해 활동한다. 또한 시민들이 집회·시위로 인해 경찰의 조치와 도움이 필요한 경우, 불편과 민원들을 경청하고 이를 해결해 주는 일도 한다.

대화경찰은 지난 8월 30일 광주시청 앞에서 열린 ‘중국 혁명음악가 정율성(1914~1974) 기념사업 전면 철회’ 집회에서도 활약했다.

집회는 4·19혁명 3개 단체(민주혁명회·혁명희생자유족회·공로자회), 8개 보훈단체 등으로 구성된 1900여명(주최 측 추산)의 연합회 회원들이 참석했다.

당시 보훈단체와 광주시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해 큰 갈등이 예상됐다. 박 팀장은 “성명서 제출을 두고 갈등이 심했다. 집회 측은 성명서를 전달하고, 시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며 “우리 대화경찰이 나서서 중재를 했다. 양측 입장을 조율해 시청 민원실에 접수하는 걸로 합의했다. 상당히 과격화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불상사 없이 마무리 됐다”고 했다.

31년 경력의 베테랑 형사지만 현장의 고충은 여전하다. 박 팀장은 “시민들이 대화경찰을 잘 몰라서 겪는 애로사항이 있다. 우리가 대화경찰이라고 해도 경계를 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다”며 “중재자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집회자들의 이야기도 잘 들어야 하는데, 일단 경찰이라고 하면 경계심을 잘 안 푼다. 이제는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지만, 초기에는 꽤 고생한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자치구의 상황도 비슷하다.

최기원 남부경찰 정보관은 “가장 큰 애로사항은 집회 현장을 지나는 일반 시민과 집회자들 사이의 갈등이 발생했을 때다. 의견이 대립해 분위기가 격화되기도 하고, 경찰에게 ‘왜 이런 집회를 허용하느냐’고 화를 내기도 한다. 최근 정율성 관련 집회가 그 사례”라며 “그래도 대화경찰이 양측의 입장을 전달해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게 중재하고 있다. 또 원활히 문제가 해결될 땐 ‘내가 이 자리에 있어서 다행이다’며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집회자분들도 시민들을 자극하는 과격한 단어 사용은 지양하는 등 시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안종우 광산경찰 정보과 서무는 “광산경찰의 경우에는 주변에 산단이 많다 보니 아무래도 노동자들과 만나는 대화경찰들이 많다. 특히 작년 화물연대 총파업 때가 생각난다”며 “집회가 조금 격화될 경우 ‘경찰’이라는 단어에 반발심 등을 가진 시민들이 굉장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대화경찰은 집회 대상과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 원만한 소통을 이끌어내는 임무를 하는 만큼, 시민들이 유한 자세로 바라봐 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송민섭·정성현·강주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