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111-2>“보고싶어… 아빠는 아직도 그 날 머물러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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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111-2>“보고싶어… 아빠는 아직도 그 날 머물러있어”
● 이태원 참사 1주기 유족 인터뷰
그리운 마음 둘 곳 없어 눈물만…
보수단체 등 혐오발언·2차 피해
“억울한 자식 죽음에 나설 수밖에”
진상규명 특별법 꼭 통과 시켜야”
  • 입력 : 2023. 10.29(일) 18:44
  •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둔 지난 21일 故 김재강씨의 아버지 김영백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광주·전남지부장과 故 김연희씨의 아버지 김상민씨가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혜인 기자
“보고싶은 마음이 사무쳐 하늘에 떠있는 달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아들이 묻혀있는 영락공원 묘지에 가서 또 울었습니다.”

2022년 10월29일. 핼러윈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서울 이태원을 찾았던 159명의 청춘들이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목숨을 잃었다.

유족들은 바로 어제의 일 같다고 한다. 뉴스를 보고 접한 압사 사고 소식, 이태원에서 휴대폰을 주웠다는 이름모를 사람의 연락, 곧장 서울에서 자식을 찾아 헤맨 시간과 안치실에서 차가운 주검으로 마주한 순간이 비현실적으로 생생하게 삶에 새겨져 있는 것이다.

순식간에 아들과 딸을 잃은 부모는 여전히 2022년 10월29일에 머물러 있다.

故 김재강씨의 아버지 김영백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광주·전남지부장은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을 겪고 있다.

심리치료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그의 눈물은 마르지 않고 있다. 그나마 보고싶은 아들에게 못다한 말을 편지로 적는 것이 유일한 위로가 된다.

김 지부장은 참사 다음날인 10월30일 오전 5시30분께 이태원 관련 보도가 쏟아지는 TV를 보며 불안한 마음에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휴대폰 너머로 들려온 건 아들의 목소리가 아닌 서울 용산경찰의 응답이었다.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에 아내와 딸을 서울 용산경찰서로 보내고, 김 지부장은 한남동 주민센터에서 실종신고를 했다. 친척과 지인들을 모두 동원해 수소문했지만 용산경찰서와 한남동 주민센터에서는 “기다려달라”는 말 뿐. 그렇게 1분 1초가 속이 타들어가던 중 참사 발생 18시간만에 아들의 소식을 전해들었다. 순천향대병원 영안실에 있다는 것 이었다.

김 지부장은 “믿기지 않는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까지,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혀달라고 목놓아 소리치기까지 1년동안 제대로 된 게 없었다”며 “몇 번이고 마음이 무너져내렸다. 2차 가해를 퍼붓는 보수단체, 시종일관 무책임한 정부의 태도를 눈 뜨고 지켜볼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둔 지난 21일 故 김재강씨의 아버지 김영백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광주·전남지부장이 지난 추석연휴에 아들을 그리워하며 작성한 글. 김혜인 기자
故 김연희씨의 아버지 김상민(56)씨도 막내딸을 잃은 사실에 슬퍼할 새도 없이 틈만 나면 혐오발언을 서슴치않는 보수단체와 정부로부터 상처를 받아왔다.

김씨는 “참사 직후부터 놀러가서 죽었느니, 1년이 지났는데 왜 이러고 있느냐 이런 말을 들었다”며 “특히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이 기각된 날 한 보수단체가 확성기를 단 차량을 몰고 유가족들이 기자회견 하는 곳에서 ‘이태원은 북한의 소행’이라며 이상한 소리를 하더니 ‘이렇게 좋은 날에’라고 노래를 불렀다. 저 사람들은 가족이 없는건가, 기본적인 인간성도 없는 사람들인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원망스럽고 가슴아팠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람들 앞에 나서길 주저하는 성격이었지만 억울하게 희생된 딸을 보내고서는 세상 밖으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녹사평분향소, 시청분향소, 국회의사당,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다른 유가족들과 함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치는 길 위의 인생을 살고 있다”며 “159명의 인명피해가 일어난 대형참사였지만 그 어떤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진상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실제 참사 발생 1년이 지났지만 아빠들에게는 아직도 왜 내 자식이 희생됐는지 풀리지 않은 의문이 잔뜩 남아있다. 매년 젊은이들이 핼러윈을 맞아 문전성시를 이루는 이태원에서, 압사당할 것 같다는 위험신고가 들어왔는데도, 왜 현장에서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는지는 누구도 모른다. 유가족들은 이러한 사실을 명명백백히 밝혀낼 독립적인 조사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이 담긴 이른바 ‘이태원 특별법’은 지난 6월30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8월31일 상임위를 통과했으며 현재 법사위에 올라가있는 상태다.

10·29 이태원 참사를 하루 앞둔 지난 28일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광주전남지부와 광주 시민사회 단체들이 광주 남구 광주공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태원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김혜인 기자
김 지부장은 “이태원 참사는 매년 열리는 핼러윈 행사에도 인파 밀집 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예방도, 대비도 하지 않은 국가위기관리체계의 총체적 부실”이라며 “지금이라도 국가는 유가족들을 외면하지 말고 하루빨리 특별법을 통과시켜 억울한 희생자들의 죽음을 밝히고 재발방지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