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장애 그리고 e세상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장애 그리고 e세상
노병하 사회부장
  • 입력 : 2023. 10.31(화) 16:06
노병하 부장
전남일보 사회부가 지역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반년에 걸쳐 준비하고 취재한 시리즈 ‘광주를 장애인 e스포츠 메카로’가 11번째 기사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기사를 기획했을 때가 생생하다. 아직 여름도 오지 않을 때였다. e스포츠를 담당하던 기자가 ‘광주에서 롤드컵을!’이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 사회면의 톱 하나 정도 수준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해당 기자가 광주 장애인e스포츠팀인 ‘무등’의 대회를 다녀왔다. 그는 스포츠 현장에서 항상 뒷전이었던 장애인들이 열정적으로 도전하고 부딪히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은 상태였다. 당시 무등은 첫 대회였지만 메달권에 진입했고, ‘장애인들도 e스포츠로 광주를 빛낼 수있다’ 나아가 ‘비장애인들과도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세계가 열렸다’는 기대감과 희망을 태동시켰다. 이 태동은 곧바로 현장 기자를 통해 사회부 내부에도 전달됐고, 부원들은 모여 각자의 아이디어를 내놨다. 수십번의 회의와 엎어질 뻔한 위기도 몇 차례 있었다.

그럼에도 부원들은 열정적이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그것을 취재한다는 기쁨은 취재기자의 본질과도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지발위를 통과했고(사실 통과하지 않았더라도 취재는 진행했겠지만…) 사회부원들은 기민하게 광주를 기점으로 부산, 대전, 서울을 돌아 제주도까지 전국의 장애인과 연결된 e스포츠 현장을 찾아다녔다.

세상은 생각보다 넓었고, 취재할 것은 무궁무진했다. 처음엔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반복될 것 같았지만 그 안에서도 무엇을 어떻게 어떤 식으로 발전시키고 키워나가야 할지 지역별 다양한 목소리와 고민이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됐다. 그리고 마침내 7월 19일자 5면에 시리즈 첫 기사가 나간다. 제목은 <“장애인에게 e스포츠는 무장벽 스포츠”>였다.

그렇게 3개월을 넘게 달려왔다. 과연 광주·전남 어느 미디어가 장애인의 e스포츠에 대해 이토록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임했을까 싶을 정도로 숨 가쁜 나날들이었다. 장애인 단체마저도 고마움과 동시에 “왜?”라며 놀라워하는 표정이었다.

그때 못했던 답을 이제 기획의 마지막 편을 내놓으면서 내어줄 수 있을 듯하다.

우리가 열정적으로 기사를 썼던 것은 ‘다 같이 살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높고 낮음 없이 노력할 기회를 부여받고 노력해 보는 삶이 비장애인뿐만 아니라 장애인에게도 주어져야 함은 당연하다. 그렇지 못하니 문제인 것이다. 이 짧은 인생에서 싸워보거나 도전해 볼 기회조차 박탈당한다면 그것이야 말고 감옥 아니겠는가. 장애를 가진 이들이 그 기회를 e세상에서 찾았으니 응당 응원함이 마땅하며 또 그것이 지역 언론의 의무이기도 하다.

이제 남은 것은 지방 정부의 의지다. 어렵게 태동한 이 새로운 세상을 앞에 두고 광주시와 전남도는 무엇을 어떻게 하겠는가? 그 답을 이제부터 기다리고 있을 요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