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순천 촌놈’ 인요한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순천 촌놈’ 인요한
이용환 논설실장
  • 입력 : 2023. 11.01(수) 17:29
이용환 논설실장
“나가 정(情) 빼면 뭐시 남겄소.” 연세대 의대 인요한 교수는 전라도 사투리를 전라도 사람보다 더 잘 구사하는 자칭 ‘징글징글한’ 전라도 사람이다. 전라도 기질도 타고 났다. 지금도 자신을 소개할 때면 ‘전라도 순천 촌놈 인요한’이라고 한다. 순천과 순천 친구들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 강했다던 인요한. 그는 ‘자신을 키운 80%는 한국 사람들의 뜨거운 정과 강직하고 따뜻한 심성’이었다고 고백한다. 그가 말하는 전라도도 ‘없이 살면서도 한없이 낙천적인 사람들, 내 것 네 것 없이 나누어 쓸 줄 아는 인심, 서로를 보듬고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로 압축된다.

인요한은 4대째 한국에서 선교와 의료 봉사를 해온 미국 린튼가 자손이다. ‘호남 기독교 선교의 아버지’로 불리는 선교사 유진 벨의 사위가 인요한의 할아버지 윌리엄 린튼이다. 22세 때 한국에 온 윌리엄은 48년간 전주와 군산 일대에서 선교와 교육, 의료봉사를 했다. 백범 김구 선생의 주치의로 활동하고 3·1 운동 때는 기미독립선언서 작성에도 참여했다. 검정 고무신을 즐겨 신어 ‘순천의 검정 고무신’이라 불렸다는 아버지 휴 린튼은 6·25 전쟁 때 유엔군으로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했다.

인요한도 광주와 인연이 깊다. 군산에서 태어나 곧바로 순천으로 이주해 그곳에서 살았던 그는 광주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1980년 광주를 찾아 시민군과 외신기자들의 회견을 통역하며 대한민국 민주화에 기여했다. 1993년에는 광주 아시아자동차에서 생산되던 미니버스를 개조해 구급차도 만들었다. 급변하는 한국 사회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면서 ‘정을 나누는 마음’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보다 낙천적이고, 삶에 대한 경건한 애착을 가졌던 한국 사람들이 왜 이렇게 각박해지고 나약해졌느냐는 질문도 던진다. 물질을 얻는 대신 순수한 마음을 잃은 것 같다며 서글퍼하기도 한다.

인요한 교수가 국민의 힘 혁신위원장을 맡은 뒤 지난 달 30일 광주를 찾아 혁신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하지만 인 위원장의 혁신위가 얼마나 제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전라도의 보수로 살아왔다는 그의 삶이나 행보도 혁신의 가치인 ‘통합’과 거리가 멀다. ‘내 피 속에 흐르는 한국인의 기질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인요한. ‘한국 사람에게 진 사랑의 빚을 갚으려면 아직 멀었다’는 ‘순천 촌놈’ 인요한의 혁신위는 과연 우리에게 어떤 변화와 혁신을 보여줄 수 있을까.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