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중진의원 험지 출마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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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중진의원 험지 출마론
박성원 편집국장
  • 입력 : 2023. 11.02(목) 12:45
박성원 국장
내년 4월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당 공천을 받기 위한 총선 입지자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7일 부산 해운대갑 3선인 하태경 의원이 서울 출마를 선언하고,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영남의 스타들, 경쟁력 있는 사람들이 서울 험지에 와야 한다”며 중진의원 험지 출마론에 불을 붙였다. 험난한 땅을 의미하는 ‘험지’(險地)는 정치에선 상대 당 또는 후보의 지지세가 강해 당선이 어려운 지역을 의미한다. 인 위원장은 영남권 중진의원들의 험지 출마 자체가 ‘국민의힘이 변하고 있다’는 신호를 줘 수도권·중도층의 마음이 움직이길 기대하는 듯 하다.

국민의힘에서는 찬성과 반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찬성론은 ‘당이 새롭게 태어나려면 중진들이 대거 험지에 출마해 활력을 불어넣어야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론은 ‘당의 얼굴이자 지도급 중진 인사들을 험지로 보내 상처를 입혀서는 안된다’고 맞선다.

험지 출마 대상자로 지목된 당사자들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당선되면 정치 인생에 큰 힘이 실리겠지만, 낙선할 경우 정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모험이기 때문이다. 한 중진 의원은 “수도권으로 보내면 무소속으로 출마해 영남 땅을 피바다로 만들겠다”고 엄포를 놨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강경파 초선 의원과 친명계 원외 모임을 중심으로 ‘동일 지역구 3선 연임 초과 금지’ 등 혁신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호남과 인천·경기지역 중 민주당에 유리한 ‘텃밭’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중진 의원들을 압박하고 있다. 홍익표 원내대표가 지난해 본인의 3선 지역구인 서울 중·성동갑을 떠나 험지인 서울 서초을에 도전장을 낸 것도 중진 험지 출마론에 힘을 싣고 있다.

양대 정당 모두 중진의원 험지 출마를 ‘혁신 공천’의 명분으로 삼고 있지만, 정작 유권자는 안중에 없다. 주민 의견은 묵살한 채 당리당략에 따라 현역 의원의 지역구를 손쉽게 옮기고, 특정 후보를 일방적으로 공천한다. 과거엔 물갈이와 낙하산 공천을 하더라도 지역의 여론을 살피며 수위를 조절했는데 지금은 이마저도 사라졌다. ‘정치적 텃밭’, 영남과 호남엔 아무나 공천해도 무조건 당선된다는 오만이 극에 달했다.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막중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