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영광, 불갑산 도립공원 명칭 놓고 ‘갈등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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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슈
함평-영광, 불갑산 도립공원 명칭 놓고 ‘갈등 심화’
함평군 ‘모악산 표지석’ 기습 설치
‘연실봉’ 해보면 금계리로 함평 땅
영광군, 국토정보지리원 명칭 등록
전남도 “객관적 자료 토대로 검토”
  • 입력 : 2023. 11.06(월) 17:23
  • 조진용 기자
함평군이 지난달 30일 불갑산 정상에 헬기를 통해 설치한 ‘모악산-516m 함평군 최정상’ 표지석. 함평군 제공
함평군과 영광군이 불갑산 도립공원 명칭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함평군은 불갑산 대신 모악산으로 정정해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영광군은 불갑산은 국토정보지리원에 등록된 명칭으로 변경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6일 양 지자체에 따르면 함평군은 지난달 30일 불갑산 정상에 헬기를 통해 기습적으로 ‘모악산-516m 함평군 최정상’표지석을 설치해 논란을 촉발시켰다.

함평군의 조치에 영광군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영광군은 지난 2003년 불갑산을 영광군 불갑면 모악리로 국토정보지리원에 등록 요청하면서 모악산이 불갑산으로 바뀌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원종 전남도의원(영광)은 자신의 SNS에 “불갑산 지명은 헌법에 규정된 불갑산 도립공원”이라며 “명칭 변경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함평군의 기습적인 표지석 설치는 대대적인 예산을 투자해 온 영광군민들을 무시하는 행위다. 양 지자체간 소통 부재와 갈등 양극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지자체간 원활한 협의로 도립공원을 운영해 나갈 방안을 모색하는게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영광군은 옛 국가 공인 자료에 따라 불갑산과 모악산을 별개의 산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명칭 변경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영광군은 1959년에 작성된 대한민국 최초 전국 지명조사철을 근거로 영광군·함평군에서 각각 제작한 지명조사철이 지목하는 불갑산 경·위도 좌표가 ‘126-34-00’으로 일치한다고 밝혔다. 함평군이 지명조사철에 표기한 모악산 경·위도는 ‘126-32-00’으로 다른 지역이라는 주장이다.

또 국토지리정보원이 발간한 한국지명유래집(2010 전라·제주편)에도 불갑산을 함평군 해보면과 영광군 불갑면, 묘량면 경계에 있는 산으로 표기했으며 모악산은 불갑산 다음으로 높은 고도 339m 산봉우리로 기록했다는 게 영광군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함평군측은 역사적, 지리적 근거를 들어 반박하고 나섰다.

함평군은 불갑산 도립공원 산 이름을 모악산으로 정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불갑산 정상인 연실봉(516m)이 함평군 해보면 금계리로 함평군에 속해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모정환 전남도의원(함평)은 “1530년에 발간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함평·영광 어디에도 불갑산이라는 명칭이 발견되지 않았고 모악산이라는 이름만 사용돼 왔다”며 “불갑산 최고봉 위치가 함평군 해보면 금계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모악산으로 변경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불갑산이라는 명칭은 최근에야 불리게 됐다”며 “불갑사 일주문 표지석에도 ‘모악산 불갑사’라고 새겨져 있다. 역사·지리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도립공원 명칭을 정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함평군은 지난 6월 전남도에 지명 변경 요청서를 접수했지만 지난 8월 면밀한 수정·보완한 뒤 다시 제출하기 위해서라며 철회를 요청했다.

도립공원 명칭 심의는 전남도가 주관하고 있다. 전남도는 함평군이 지명 변경 요청을 취소함에 따라 재접수시 해당 안건에 대해 꼼꼼히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전남도 건설교통국 토지관리과 관계자는 “지명 변경 요청이 재접수될 경우 함평·영광지역 역사·지리 등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면밀히 검토한 뒤 도립공원 명칭을 명확히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조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