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봄날’에 숨겨진 시대의 위로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BTS ‘봄날’에 숨겨진 시대의 위로
그때 그시절, 우리가 사랑한 노래들
배기성 | 흠영 출판 | 1만4500
  • 입력 : 2023. 11.09(목) 17:27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방탄소년단 ‘봄날’의 뮤지비디오 한 장면. HYBE LABELS 공식 유튜브 페이지 캡쳐
얼마나 기다려야/ 또 몇 밤을 더 새워야/ 널 보게 될까/ 만나게 될까/ 추운 겨울 끝을 지나/ 다시 봄날이 올 때까지/ 꽃 피울 때까지/ 그곳에 좀 더 머물러줘/ 머물러줘.

2017년 2월 13일 발매된 방탄소년단의 정규 2집 리패키지 ‘YOU NEVER WALK ALONE’ 앨범의 타이틀곡 ‘봄날’이다. 노래 ‘봄날’은 방탄소년단이 그동안 선보였던 강한 리듬의 노래와는 다른, 따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곡이다. 음악성뿐만 아니라 대중성까지 인정받은 방탄소년단의 대표곡 중 하나인데, 방탄소년단은 이 노래로 음원사이트인 멜론 역사상 최초로 300주 차트인을 달성하는 기록을 세웠다. 특히 노래 ‘봄날’은 매년 4월만 되면 역주행하는 노래이기도 하다. 가사나 뮤직비디오, 안무 구성 등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상징이 드러난다는 분석 때문일 것이다. 시기를 타지 않는 명곡의 이유는 아마 그 시대상을 잘 반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책 ‘그때 그 시절, 우리가 사랑한 노래들’은 과거 우리 민중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노래를 돋보기 삼아 당시의 시대상을 살펴보는 저서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과 전태일 열사의 추모곡 「그날이 오면」부터 시작하여, 터무니없는 이유로 ‘금지’ 조치를 당했던 「아침 이슬」 「미인」 등의 명곡들을 거쳐, 해공 신익희의 추모곡이 된 「비 내리는 호남선」과 일제강점기 임방울을 일약 스타로 만든 「쑥대머리」까지, 통한의 세월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노래와 함께 과거 우리 사회와 민중들의 열망을 조명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 책이 시도하고 있는 것은 결국 보통 사람, ‘민중’ 중심의 역사 서술이다. 이것을 결코 주된 역사 서술 방식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저자는 민중의 염원이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믿고 있으며 이러한 시도야말로 역사교육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어나가는 변화의 초석이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보면 이 책은 ‘대중가요’라는 친숙한 키워드로 우리 근현대사로의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역사를 보다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게 만드는 책이다. 그와 동시에 새로운 역사 서술 방식, 역사를 즐기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는 훌륭한 대중 역사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결국 당대를 살아간 민중들, 우리 보통 사람들의 열망이다. 애석하게도 역사 교과서가 포착하지 못한 그것을 노래는 언제나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별의 부산정거장」에는 1954년 부산의 풍경이 애절한 감정으로 담겼고, 임방울의 목소리에는 일제강점기 당시 우리 국민들의 한스러운 정서가 담겼다. 군사정부 시절 금지 조치가 된 「아침 이슬」 「미인」 「왜 불러」 등의 수많은 명곡들은, 노래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들 때문에 당시 사회 분위기와 우리 민중들의 저항 정신을 말해주는 시대의 산증인이 되었다. 독자들은 이와 같은 수많은 명곡을 통해 우리의 역사와 시대정신, 시대적 과제를 읽게 될 것이다. 노래와 함께 역사를 되짚어가는 이 책의 여정을 따라가며 우리 부모님들, 엄혹했던 시기를 살아간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의 삶을 만나보길 바란다.
그때 그 시절, 우리가 사랑한 노래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