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취재수첩>노동인권 후퇴의 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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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전남일보]취재수첩>노동인권 후퇴의 징후
강주비 사회부 기자
  • 입력 : 2023. 11.21(화) 13:09
강주비 기자
광주 지역 취약 노동자들의 버팀목이던 노동 3센터가 내년부터 대폭 축소 운영된다. 일각에선 노동인권 후퇴의 징후라고 말한다.

원인은 늘 그렇듯 ‘돈’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9월 세수 재추계를 통해 올해 예산 편성 당시 예상했던 400조5000억원 대비 14.8%가 덜 걷힐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59조1000억원의 세금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역대급’ 세수 펑크가 현실화된 셈이다.

구멍을 메꾸는 일은 보통 약자들의 몫이 된다. 광주 노동 3센터 축소 역시 같은 맥락이다.

광주시는 세수 부족에 따라 내년도 광주 3개 노동센터 예산을 모두 삭감키로 했다. 광주노동센터와 광주비정규직지원센터 예산이 전년 대비 각 29.1%, 25.1% 감액됐다. 광주청소년노동인권센터 예산도 전년 대비 24% 쪼그라들었다.

줄어든 숫자만큼 사업도 감소한다. ‘전국 최초’ 명성을 달고 추진되던 센터 각종 사업도 줄줄이 폐지되면서 취약 노동자 지원책은 급감할 전망이다.

노동센터의 ‘노동조합설립 지원사업’과 비정규직지원센터 ‘비정규직 권익단체 구성’, 청소년노동인권센터 ‘영세사업주 인사노무컨설팅’ 등이 사라지며 주요 사업 상당수가 축소된다. 고용불안·임금체불 등에 시달리는 노동시장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은 도움받을 길을 잃게 됐다.

센터 관계자들은 예산 삭감이 사실상 ‘통폐합’ 수순으로 예견했다. 기존 시의회 등에서 3개 센터 통합에 대한 논의가 오간 적 있지만 당시 통합은 ‘규모 축소’가 아닌 ‘운영 효율화’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그런데 광주시는 세수 부족을 이유로 센터들과 논의조차 없이 사업을 축소하고 일부는 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으로 넘기는 등 행태를 보이고 있다.

센터 및 관련 노동 기관에서 반대·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있음에도 광주시는 묵묵부답이다.

최근 각 센터가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광주지역 2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10명 중 3명은 일하다 질병에 걸리거나 다칠 위험을 느꼈다고 답했다. 광주 전체 노동자 44%가 비정규직이며 임금은 6대 광역시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 3개 센터의 축소·통합은 타당성이 결여된 처사다. 부디 광주시 고육책이 ‘노동인권 후퇴’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