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운조루의 나눔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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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운조루의 나눔정신
김성수 논설위원
  • 입력 : 2023. 11.21(화) 17:44
김성수 논설위원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에 위치한 조선 시대 양반 가옥인 운조루가 있다.

도연명의 ‘귀거래사’ 시구 ‘구름은 무심히 산골짜기를 나오고(雲無心以出岫) 새는 날다 지치면 돌아올 줄 아네(鳥倦飛而知還)’의 첫 두 글자인 운(雲), 조(鳥)를 땄다.

운조루는 한국의 3대 명당이라고 하는 금환락지에 해당한다. ‘금환락지’는 선녀가 하늘로 올라가면서 떨어뜨린 금가락지 모양의 땅이라는 뜻이다. ‘구만들’이라고 불리는 구례 들판에 자리 잡은 오미리는 지리산 일대에 홍수나 가뭄이 들더라도 농사를 지을 수 있었던 풍요의 땅이다.

운조루는 조선 영조 52년(1776년)에 낙안 군수를 지냈던 류이주(1726∼1797년)가 지은 400년 고택이다. 흔히 ‘아흔아홉 칸’ 집으로 불렸으나 현재는 73칸이 남아있으며 집터는 710평 정도이다.

운조루에는 현재 300여년간 우리네 선조들의 간직해온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특히 운조루는 이웃과 고락을 나누는 배려와 나눔의 정신이 돋보인다.

운조루에 가면 굴뚝이 낮게 깔려 있다. 밥 지을 때 뿜어져 나오는 연기가 마을에서 보이지 않기 위해서다. 배곯는 이웃의 괴로움을 더하지 않도록 하는 배려였다.

운조루의 타인능해(他人能解 누구나 열 수 있다)도 유명하다. 타인능해 글귀가 적힌 쌀뒤주가 운조루 문밖에 놓여있다.가난한 이웃들이 주인 얼굴을 대하지 않고 쌀을 가져갈 수 있도록 눈에 잘 띄지 않는 지점에 놓아두었다. 통나무를 잘라 속을 비워 만든 이 뒤주에는 쌀이 약 두 가마니 반 들어가는데 운조루 1년 소출의 약 20%인 서른여섯 가마니를 나눔의 용도로 썼다고 한다.

최근 첫눈이 오는 등 제법 겨울 흉내를 내는 추위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 어렵고 힘든 주변을 돌아보게되는 계절이기도 하다. 올해는 청정부지로 오르는 물가상승에 경기침체, 나라 살림까지 쪼그라들면서 주변을 돌볼 겨룰도 없는 한해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운조루의 나눔정신이 돋보이는 것은 풍요로울때가 아는 어렵고 힘든시기에 이웃을 위해 아낌없이 내어주는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류이주 가문처럼 혹독한 올겨울을 녹여내릴 나눔이전국으로 확산되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