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국민 아티스트 헤리 도노를 족자카르타 외곽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그의 뒤로 제1회 광주비엔날레 출품작인 ‘처형’이 보인다. 도선인 기자 |
족자카르타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조용한 외곽지역에 위치한 헤리의 작업공간에는 그가 평생 몰두해온 문제작들로 가득했다. 조금은 오래된 그의 공간에 들어서기 전, 수려한 망고나무가 먼저 나를 맞이했다. 2~3채로 나눠진 건물과 마당에는 방문객들과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야외 테이블이 인도네시아의 투박한 감성을 담아냈다. 세계적인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작품을 소장 중인 그이지만, 여전히 어딘가 묶이기 싫은 ‘나만의 공간’을 고집한다.
![]() 헤리도노의 작 ‘취조’. 도선인 기자 |
제1회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또한 그의 작업공간을 꾸미고 있는 전시작 중 하나로 이곳에 보관돼 있었다. 마네킹과 직물, 끈, 스피커 등을 활용한 설치작 ‘처형’이다. 일괄적으로 똑같은 마네킹의 외관과 굳은 표정이 전쟁의 참상을 떠올리게 한다. 시각적으로도 강렬한 이 작품은 1995년 당시 광주비엔날레 주목작 중 하나였다. 이외에도 빈라덴, 히틀러 등 시대의 악인을 풍자한 설치작도 눈에 띄었다.
헤리 작가는 “광주에서 첫 비엔날레 참여 경험은 지금 생각해도 나에게 주요한 사건이었다. 택시기사, 어린아이 등 모두가 비엔날레를 알고 있어 광주는 모든 대중이 예술에 관심이 많구나, 생각했다”며 “특히 국립5·18민주묘지를 처음 방문하기도 했는데, 인도네시아와 비슷한 역사에 인상 깊었고 나중에는 광주를 주제로 한 작업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공식 비엔날레에 반대한 예술인들이 모여 개최한 안티비엔날레의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나는 공식 비엔날레 보다, 주로 안티비엔날레에서 광주 예술인들을 만났다(웃음). 진보적인 분위기가 나와 잘 맞았던 것 같다”며 “앞으로도 기회만 된다면, 광주를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헤리에게 예술이란, 시대의 가치를 누군가의 부름을 받고 형상화하는 과정이다. 그는 “내 작품은 기술의 진보와 애니미즘, 샤머니즘 등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예술이다”며 “앞으로도 이상한 크리쳐, 민속적인 타투 등을 통해 차용한 예술세계를 통해 시대의 가치를 대변하고 싶다”고 말했다.
헤리 도노는 제1회 광주비엔날레뿐만 아니라 제6회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했다. 최근에는 2018년 방콕 아트 비엔날레, 국내에서는 인도네시아 대표작가 7명과 함께 전북도립미술관 단체전시 ‘변방의 파토스’에 참여했다. 네덜란드, 일본, 중국, 홍콩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