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세상읽기·최총명>험지(險地)라고 쓰고 혐지(嫌地)로 읽는다?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테마칼럼
[전남일보]세상읽기·최총명>험지(險地)라고 쓰고 혐지(嫌地)로 읽는다?
최총명 상담학박사·허그맘허그인심리상담센터 광주무등점 원장
  • 입력 : 2023. 12.04(월) 12:53
최총명 원장
올해 추석을 전후로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 거취와 관련하여 여의도가 시끄러웠었다. 그것이 총선 열기와 맞물려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앞선 이재명 대표의 거취문제로 민주당 내부에서는 비명계와 친명계로 아주 명확히 나뉘어 불리는 상황이 오게 되었고, 또한 동시에 국민의힘당에서는 친윤계과 반/비윤계 이른바 용산파(윤핵관)와 아닌파 등으로 나뉘어 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보면 참 ‘갈라치기를 좋아하는’ 정치인들이 아닌가 싶다. 물론 그들은 언론 탓을 하겠지만……

인간은 구조상 내편과 너희 편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내편과 적으로 간주되는 내편이 아닌 편으로 바깥세상을 보게 되어 있다. 그래서 정치인들의 ‘내편-너편’ 논쟁은 자연스럽다고도 볼 수가 있지만 만약, 이것이 정치인의 뇌 구조라면(세상을 인식하는 구조라면) 인지구조상 한없이 하수(下手)라고 할 수 있겠다. 나라를 운영할 권리를 일부 위임해주었고, 국민을 대표하여 의사결정을 대신 할 수 있도록 일정 권력을 위임 받은 정치인들이 1차원적인 인지구조로 세상을 바라보고 갈라치기만 할 수 있다면 2차원 3차원적인 메타인지구조가 필요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다시 내 입장으로 돌아와서 생각해보기’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또한, 사람이 하는 말이나 행동에는 그 사람의 인식을 파악할 수 있는 수많은 단서들이 있다. 그런데 작금의 여의도 정치인들과 대통령은 매일매일 ‘갈라치기, 이념논쟁’만 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 대한민국 곳곳에서는 내년 4월 총선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하는데, 이 갈라치기 논쟁의 끝판왕이라고 하는 상황이 매일 뉴스에서 중계되고 있다. 이른바 잘못한 사람은 나가라는 식의 탈당 및 신당 창당 논쟁과 당 지도부가 험지로 나가라, 아니다 잘못한 사람들이 험지로 나가서 심판을 받아라는 험지 출마-혐지 출마 논쟁이 그것이다. 탈당-신당 창당은 ‘자기들만의 리그’이니까 그렇다 치자. 험지-혐지 출마 논쟁은 볼 때마다 ‘저렇게 말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국민 한사람의 입장에서 심한 모욕감을 느낀다. 그럼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정치인 누군가에게는 험지이자 혐지라는 것인가? 그래서 여기서 출마하는 사람은 거기 가서 요즘 세대 말로 ‘참교육’과 ’헬(hell)’을 경험하라는 것인가? 그럼 투표하는 지역 주민인 나는 벌주는 사람인 것인가? 이 뉴스를 볼 때마다 저렇게 당당하게 연일 이야기하는 정치인들의 태도에 너무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하다. 한때 저 정치인들은 모두 엘리트 교육을 받았고, 좋은 학벌, 좋은 집안에서 자랐으며 심지어 80년대 민주화 운동에서 수뇌부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 아닌가. 우리나라 정치는 아무리 능력 값이 좋은 사람이라도 들어가기만 하면 어떤 연유에서인지 1차원적으로 변해버리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선거 혹은 선거 결과란 ‘잘잘못에 대한 심판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인 내가 그 동안 얼마나 국민들의 마음을 보려고 애썼는지, 그것이 국민들에게 잘 전달되었는지, 그 방법이 적절했는지’를 ‘평가받는’ 것이지 않을까. 우리가 우리 자녀들이 시험을 보고 결과를 확인할 때 늘 하는 말이 있다. ‘너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올 것이다. 결과는 절대 거짓이 없다.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드려야 하며, 부족한 부분에 실망하지 말고 그 부분을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 더 많이, 더 중요하게 하는 말은 바로 ‘시험 과정에 충실해라,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 했어야 한다’라는 것이다. 그러면 정치인들과 이번 총선에서 험지, 혐지를 논하고 있는 출마자들에게 묻고 싶다. 그저 당선만 되고 내정치만 잘되면 된다는 심보를 가졌는지, 아니면 출제자인 국민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 과정을 충실하게 걸어갔는지. 내가 유리하면 내 텃밭, 내 소중한 지역구이고 내가 불리하면 험지 혐지 인가? 이것이야말로 내로남불의 끝판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