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쌀값 폭락… “농산물 가격안정제 도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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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올해도 쌀값 폭락… “농산물 가격안정제 도입하라”
정부 목표 80㎏ 20만원 무너져
생산량·재배면적 감소에도 하락
최저가격 이하 하락시 차액 보전
민주, 개정안 추진… 국힘 “부정적”
  • 입력 : 2023. 12.04(월) 18:16
  • 최황지 기자 hwangji.choi@jnilbo.com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쌀값 하락에 따른 정부와 여당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신정훈 의원실 제공
“정부의 쌀값 정책이 오락가락하니 근심이 늘어만 갑니다. 지난해에는 쌀 생산량이 많아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이해했는데, 올해는 생산량도 적은데 쌀값이 떨어지니 너무 우울하네요.”

올해 정부가 약속했던 수확기 쌀값 20만원선(80㎏ 기준)이 무너지면서 쌀 재배 농민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나주에서 쌀 농사를 짓는 김영옥씨는 쌀값 하락세 속에 농도(農道)를 지키기 위한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20년 간 쌀값이 5~6만원(20㎏ 기준)선에서 4만원대까지 내려앉고 있다. 커피값, 과자값은 다 오르는데 쌀값만 폭락해 분통이 터진다”며 “전남 농민들의 숙원인 양곡관리법 개정을 정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3일 통계청 산지쌀값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기준 쌀 80㎏당 가격은 19만9280원, 25일 19만8620원으로 계속 하향세를 기록하는 등 20만원선을 밑돌고 있다. 수확기 이후 산지쌀값은 지난 10월초 80㎏당 21만7552원으로 가장 높았지만 지난달 19만8620원으로 내려앉으면서 한달새 1만8932원(8.7%)이 떨어졌다.

올해 쌀 과잉생산을 막기 위해 생산량과 재배면적을 모두 줄였음에도 쌀값 하락을 막지 못했다. 지난달 발표된 ‘2023 쌀 예상생산량’ 조사에서 올해쌀 생산량은 368만4000톤으로 지난해 376만4000톤에 비해 2.1%(8만톤), 재배면적도 지난해 72만7054㏊에서 70만8041㏊로 2.6%(1만9013㏊) 각각 감소했다. 전남도의 쌀 생산량은 74만3000톤에서 올해 72만8000톤으로 2%가 줄었고, 재배면적도 15만5000㏊에서 15만㏊로 3.1%가 축소됐다.

정치권은 매년 반복되는 쌀값 폭락을 막을 근본적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산물 가격안정제 도입이 담긴 ‘제2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논의 참여를 요구했다. 농산물 가격안정제는 쌀을 포함한 주요 농산물이 최저가격 이하로 하락할 경우, 차액의 일정 비율을 보전하는 제도다. 이들은 “우리나라처럼 가격 불안 위험에 무방비로 놓인 농민들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면서 “국민의힘은 국회 농해수위 농림법안심사소위에 즉각 임해 여야 합의안 마련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농산물 가격안정제 도입은 전남 농민들의 숙원이기도 하다.

특히 양파, 마늘, 배추 등 주요 채소의 주산지인 전남은 지난 10년간 재배면적과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줄여왔지만, 타 지역의 공급 과잉 여파에 가격 하락이 반복돼 정부 차원의 최저가격 보장제가 시급한 실정이다.

김천중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전남지부장은 “현재 시행하고 있는 채소가격안정제는 인건비와 생산비 등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농산물 가격안정제가 도입돼 쌀을 포함해 양파, 마늘, 배추, 무 등 다른 농산물까지 범위를 확대해 농산물 최저가격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과잉생산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제도 도입에 부정적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은 또다시 과잉생산, 쌀값 하락 등이 우려되는 ‘가격보장제’를 도입하겠다며 양곡관리법 개정을 무리하게 추진하려 한다”며 “우리 쌀 산업을 다시 과거로 회귀시키고, 쌀 산업과 농업·농촌 발전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황지 기자 hwangji.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