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광주FC>‘수비 바탕’ 이정효표 주도권 축구, K리그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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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FC
[전남일보]광주FC>‘수비 바탕’ 이정효표 주도권 축구, K리그 삼켰다
광주FC 2023시즌 결산 ② 전방 압박으로 질식 수비
K리그1 최소 실점 공동 1위
무실점 경기 리그 최다 16회
“수비 탄탄해야 공격 가능해”
  • 입력 : 2023. 12.06(수) 16:30
  •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
광주FC 토마스와 안영규가 지난 6월3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포항스틸러스와 하나원큐 K리그1 2023 16라운드 홈경기에서 김인성과 그랜트를 상대로 협력 수비를 펼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공격은 관중을 부르고 수비는 승리를 부른다(Offense sells tickets, defense wins championship)”. 미식축구의 전설인 고(故) 폴 브라이언트 감독이 남긴 격언이다.

축구계에서는 “공격은 승리를 부르고 수비는 우승을 부른다”고 변형되기도 했는데 올 시즌 창단 후 처음으로 아시아 무대에 진출하며 ‘돌풍’을 일으킨 광주FC의 이정효 감독은 실전에 이 격언을 고스란히 적용했다.

이정효 감독은 올 시즌 두 가지 지론을 강조했다. 첫 번째로는 수비가 탄탄하지 않으면 공격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프로 선수라면 어떤 포지션에서든 자신감 있게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광주는 이 지론을 바탕으로 올 시즌 16승 11무 11패(승점 59)로 3위에 오르며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획득했다. 35실점으로 전북현대와 함께 K리그1 12개 구단 중 가장 적은 득점을 허용했고, 38경기에서 평균 0.92실점을 내줬다. 무실점 경기는 16회로 가장 많았다.

광주FC 이순민이 지난 8월13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스틸러스와 하나원큐 K리그1 2023 2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공격에 가담해 그랜트를 상대로 이건희와 함께 공중 볼 경합을 펼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광주가 탄탄한 수비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선수가 실전에 투입돼도 제 몫을 할 수 있는 경쟁 체제가 밑받침됐기 때문이다. 올 시즌 광주의 중앙 수비수로는 안영규와 티모 레츠셰흐트, 아론 칼버, 김승우, 김경재 등이 등록됐는데 두현석과 이민기, 이순민 등이 이 위치에 기용되기도 했다.

측면 수비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문 측면 수비 자원으로는 두현석과 이민기, 이상기, 이으뜸이 있었지만 신창무와 하승운, 김한길, 이희균, 이순민, 아론 등이 주포지션을 떠나 측면 수비를 책임졌다.

골키퍼로는 김경민과 이준이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최후방 수비수로서 역할은 기본적으로 수행하면서 공격의 시발점도 되어야 하기 때문에 발재간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이 경쟁 체제에서 가장 빛난 선수가 이순민이다. 이순민은 주포지션이 수비형 미드필더지만 중앙 수비수와 좌우 측면 수비수를 오가며 포지션 파괴 축구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광주FC 티모가 지난 7월7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강원FC와 하나원큐 K리그1 2023 21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세트피스 공격에 가담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선발 기용되는 위치가 경기에 따라 변동됐고, 경기 중에도 상황에 따라 수시로 위치가 바뀌었다. 포지션과 공수를 가리지 않고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야 하는 이 감독의 포지션 파괴 축구에서 때로는 최전방 공격 진영까지 올라가 상대의 허를 찔렀다.

티모와 아론, 두현석 등도 힘을 보탰다. 티모는 주로 중앙 수비수로 출전했지만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선보였고, 공격형 미드필더 또는 최전방 공격수의 위치까지 올라가 공격을 전개하거나 직접 마무리했다. 아론과 두현석 역시 중앙과 측면, 공격과 수비를 가리지 않는 움직임을 선보였다.

또 포지션을 가리지 않는 수비 역할을 중요시했다. 광주의 축구에서는 공격과 수비의 역할이 확실히 구분되지 않는다. 공격수와 미드필더도 상대가 공격을 전개하면 무조건 수비에 가담해야 하고, 이 역할에는 외인들도 예외가 없었다. 강한 압박으로 상대의 공을 탈취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광주의 탄탄한 수비가 가장 빛났던 경기는 15라운드 수원FC전(2-0 승)과 33라운드 강원FC전(1-0 승)이었다. 광주는 이 두 경기에서 상대에게 단 한차례의 유효슈팅도 허용하지 않았다. 수원과 강원의 슈팅은 각각 10개였다.

탄탄한 수비를 구축하면서 우승 팀인 울산과 준우승 팀인 포항을 상대로도 까다로운 상대로 거듭났다. 올 시즌 광주는 울산과 2승 2패, 포항과 1승 2무 1패로 백중세를 이뤘다. 강팀들도 버거워하는 적으로 발돋움했다는 의미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