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사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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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사쿠라
김성수 논설위원
  • 입력 : 2023. 12.19(화) 16:20
일본말 ‘사쿠라’는 벚꽃을 의미한다. 다른 뜻으로는 위객(僞客·가짜손님)으로도 읽는다. 사쿠라는 일본 에도시대에 가부키 공연을 공짜로 보는 대신 관객의 흥을 돋우는 바람잡이를 사쿠라라고 부른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분홍색 말고기의 별칭인 ‘사쿠라니쿠’가 사쿠라의 어원이라는 주장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고기가 부족했던 일본에서 말고기를 소고기로 속여 파는 일이 흔했는데, 소고기로 둔갑한 말고기를 사카루니쿠라고 불렀다고 한다.

‘사쿠라’가 우리 정치판에서는 전혀 다른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변절자나 내통하는 사람을 부를때 사용한다. ‘철새 정치인’등에 사쿠라 딱지가 붙는다. 1970년대 ‘중도통합론’을 주장한 이철승 전 신민당 대표, 명분보다 실리를 중시했던 유진산 전 신민당 총재 등은 ‘사쿠라’ 낙인으로 수모를 겪었다.

86세대 운동권 출신인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신당 창당을 추진중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사쿠라’라고 부르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이낙연 신당론은 윤석열 검찰 독재의 공작정치에 놀아나고 협력하는 사이비 야당, 즉 사쿠라 노선이 될것”이라고 주장했다.

22대 총선이 넉달 앞으로 다가왔다. 중량급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변절자 프레임이 생기는 분위기다. 이낙연 전 대표가 그 중 한명인 셈이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여야를 망라해 탈당, 창당, 당적 변경 등의 숱한 행보들이 줄을 이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류호정 정의당 의원, 이상민 무소속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변절한 철새인가, 기득권을 버린 소신일까.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당적도, 험지도 마다하지 않으면 소신이고, 살려고 가면 이합집산의 모리배인가. 믿음을 버리면 배신이고 지조를 바꿨으니 변절일까?

가치 판단은 각자의 몫이며 선택은 국민의 몫이다. 정치권에서 쏟아져 나오는 변절자 프레임에 국민의 피로감은 높아지고 있다. 당을 지키겠다며 ‘선당후사’를 부르짖는 그들 역시 ‘개딸(개혁의 딸)’이며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이라는 또다른 사쿠라임에 진배없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사쿠라로 낙인찍은 정치인들이 내년 4월, 벚꽃 만발한 여의도에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