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취재수첩>임기직(?) 탕후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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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전남일보]취재수첩>임기직(?) 탕후루
박소영 취재1부 기자
  • 입력 : 2024. 01.28(일) 18:07
박소영 기자
1년전쯤 우리 곁에 혜성처럼 ‘탕후루’가 등장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탕후루 먹방’ 영상이 수십 개씩 쏟아지는 등 인기를 끌면서 탕후루 매장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과일에 설탕 녹인 물을 입혀 극상의 달콤함을 가진 탕후루는 오랫동안 10대~20대의 사랑을 받으며 국민 간식이라는 왕좌를 무난히 지키리라 예상됐다. 그러나 그 자리는 왕좌가 아닌 끝이 존재하는 임기직이었을까.

탕후루의 인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히 시들어지기 시작했다. 차갑게 먹는 간식인 만큼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난해 10월부터 탕후루 관련 검색량이 반토막 나면서 탕후루 창업에 뛰어든 자영업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광주·전남에서는 현재 총 77곳의 탕후루 가게가 운영 중이다. 이중 광주 37곳(94.874%), 전남 38곳(92.105%)은 탕후루가 인기 절정에 달했던 지난해 개업했다. 임대료를 제외하고 평균 5000만원에서 6000만원의 소규모 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어 지역에서도 한 블록 건너 탕후루 가게가 있을 정도 급속도로 생겨났지만 빠르게 인기가 식으면서 지난해 10월에만 전남지역 탕후루 가게 3곳이 폐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탕후루 종류 중 가장 인기가 많은 딸기, 귤 평균 도매가격이 최대 80% 이상 오르면서 더 이상 가게를 운영하기가 어렵다는 자영업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광산구에서 프랜차이즈 탕후루 가게를 운영 중인 김모(41)씨는 지난해 말부터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어 폐업을 고려 중이라고 토로했다. 김씨는 “대략 30% 정도 판매량이 줄었다. 재룟값에 월세, 인건비, 본사 로얄티까지 내야 할 돈은 점점 늘어나는데 버는 돈은 줄어드니 좀 더 버터 보려 하지만 폐업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충장로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한 탕후루 가게는 며칠째 가게 문을 닫고 있다. 인기 절정이었을 시기 매일 같이 설탕을 녹였던 열기는 오고간데 없고 텅 빈 매대만이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소자본이긴 하지만 적지 않은 돈을 들인 자신의 사업장을 살리고자 자구책을 마련하는 자영업자들도 있다. 탕후루만큼이나 SNS에서 10대~20대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대만식 화채 ‘사고’를 메뉴에 추가하며 추운 겨울 조금이라도 손님을 모으고자 노력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인기 상품이 등장하고 어제까지 인기 가도를 달리던 것은 한순간에 한물간 유행으로 취급 받는다. 탕후루 인기에 급속도로 늘어난 탕후루 가게들처럼 올해 충장로에는 ‘사고’ 전문가게가 문을 열기 시작했다. 고물가 속에 불황이 계속되면서 인기에 기대며 창업을 계획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언제든 제2의 임기직 탕후루가 생겨날 수 있어 우려가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