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광주·전남 ‘228개’ 미등록 경로당에 지원 손길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사회일반
[전남일보]광주·전남 ‘228개’ 미등록 경로당에 지원 손길
정부, 전수조사·난방비 등 약속
20명 이상·화장실 등 기준 미달
광주 17곳·전남 211곳 '미등록'
열악한 환경…지원 대상서 제외
지역민들 “지원 받게돼 기뻐요"
  • 입력 : 2024. 01.29(월) 17:42
  •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
광주 광산구 소재 미등록 경로당 평상에 주민 2명이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한 겨울에도 난방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는 곳이 있다. 이용 정원이 적다는 등의 이유로 지자체 지원 대상서 제외된 ‘미등록 경로당’이다. 정부가 미등록 경로당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 가운데 어르신들은 남은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있다.

최근 찾은 광주 광산구 한 경로당. 1층짜리 컨테이너 건물에 ‘○○노인회’가 새겨진 낡은 나무 팻말이 걸려 있다.

이곳은 10가구 남짓 사는 이 마을의 오랜 사랑방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이용자 수가 적어 공식 경로당으로 등록되지 못한 탓에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자체에 등록된 경로당과 달리 냉·난방비 등 지원을 한 차례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마을에 20가구 이상이 살던 때에는 집마다 10만~20만원씩 모아 경로당 쌀을 사고 전기·수도비를 냈다. 물론 값비싼 전기료를 감당하기엔 넉넉지 않아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경로당이었지만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점차 마을 인구가 줄면서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결국 발길이 점점 끊기고 긴 시간 방치되면서 현재는 문만 열려있을 뿐 ‘폐가’와 다름없는 모습이다.

주민 권순덕(84)씨는 “매일 동네 사람들끼리 모여 밥 먹고 화투치는 재미가 있었는데 그 낙마저 사라졌다”며 “옆 동네 경로당에서 와서 밥 먹고 가라는데 멀어 갈 수도 없고 마음도 편치 않다. 요즘은 집 안에만 있다”고 울상지었다.

광주시는 40억 규모 예산을 통해 경로당을 지원하고 있다. 1개소당 7~8월에 매달 냉방비 33만원, 11~3월 40만원씩을 지급하고 1년에 20㎏ 기준 양곡 8포를 제공한다. 자치구에서 파악한 노후화된 경로당에 대해서는 기능보강 사업도 펼치고 있다.

전남도 역시 397억원의 예산을 투입, 비슷한 방식으로 각 시·군 경로당을 지원하고 있다.

광주 광산구 소재 미등록 경로당 내부. 미등록 경로당은 지자체 운영비 지원을 받지 못해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아 열악한 모습이다. 강주비 기자
그러나 이는 등록된 경로당에 한한 이야기다.

지자체에 경로당을 등록하려면 노인복지법에 따른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용 정원이 20명 이상(읍·면 지역은 10명 이상)이어야 하고 화장실, 전기시설, 거실 또는 휴게실(20㎡ 이상) 등을 갖춰야 한다.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곳은 명패를 내걸어도 정식 경로당이 될 수 없다. 분명 존재하지만 사회적 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탓에 ‘그림자 경로당’이라고도 불린다.

광주·전남에도 그림자 경로당이 상당수 있으나, 그동안 명확한 수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최근 정부가 전 지자체에 ‘미등록 경로당 전수조사’ 지시를 내리면서 처음으로 공식 집계됐다.

광주시·전남도에 따르면 광주에는 광산구에 17개소의 미등록 경로당이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외곽 농촌지역이 대부분이다.

전남의 경우 △목포 2개소 △여수 34개소 △순천 13개소 △광양 2개소 △담양 9개소 △곡성 3개소 △구례 9개소 △고흥 54개소 등 총 211개소가 있다.

이를 포함해 전국에 1676개소의 미등록 경로당이 이번 전수조사로 확인됐다.

미등록 경로당이 밀집해 있는 광산구는 지난 2022년 12월 ‘경로당 운영 및 지원 조례’를 개정해 이곳들에 대한 지원 근거를 선제적으로 마련했다. 지난해부터 약 4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해 17개소 중 불법 건축물 등 조례 기준에서 벗어난 곳을 제외한 8개소에 운영비를 일부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전수조사 이후 오는 3월까지 미등록 경로당에서 사용한 난방비 영수증 등을 확인해 실비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광산구 조례에도 지원받지 못했던 나머지 9개소 경로당과 전남도 소재 미등록 경로당도 지원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미등록 경로당 이용자 고석재(67)씨는 “쌀이라도 지원돼 동네 사람들끼리 같이 식사할 수 있는 여건이면 좋겠다고 늘 바랐다”며 “정부에서 지원을 해준다니 기쁘다. 경로당이 더 활성화될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시·전남도 관계자는 “아직 복지부에서 정확한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지원 규모와 방법 등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미등록 경로당에 대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