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고물가 속 ‘짜장면 4000원’ 착한가격업소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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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전남일보]고물가 속 ‘짜장면 4000원’ 착한가격업소 고심
광주 226곳·전남 244곳 운영
소모품·상하수도감면 등 제공
“재료값 상승에 손해 이어져”
지자체 “배달비 지원 등 강구”
  • 입력 : 2024. 02.04(일) 18:32
  •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
광주·전남 지역 착한가격업소에 부착돼 있는 인증패 및 가격 안내판 모습. 정성현 기자
“안 오르는 게 없는 시대에 이 가격이면 너무 감사하죠. 저렴해도 맛과 질 떨어지는 게 없으니 매일 옵니다.”

지난 1일 광주 동구 한 착한가격업소에서 만난 김상춘(63)씨는 업소의 가격표를 보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식집인 이곳은 찌개와 볶음밥류를 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보기 드문 합리적 가격에 이 식당에는 온종일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해당 업소는 20년간 한 자리에서 식당업을 해 왔다. 가격도 개업 당시 그대로다. 같은 메뉴를 파는 인근 가게보다 3000원가량 저렴하다. 이 덕에 지난해 지자체로부터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되기도 했다. 착한가격업소란 주변 2㎞ 동일 업소와 비교해 △가격 △청결 △서비스 등에서 우수한 업소를 정부·지자체가 선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들에겐 종량제 쓰레기봉투·앞치마 등 소모품과 수도세 감면 혜택이 주어진다. 지역에는 광주 266곳·전남 244곳 등 510곳이 지정·운영되고 있다.

지역 물가 안정을 책임지는 착한가격업소의 가장 큰 고민은 ‘급격히 오른 물가’다. 음식 가격은 그대론데 원자재 및 가스·전기료 등 ‘내야 할 돈’은 갈수록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업주들은 가격 인상과 유지 사이에 고민이 많다.

착한가게 업주 양병설씨는 “그간 이렇게 가파르게 물가가 오른 적이 없다. 전년 대비 가게 유지비만 20% 올랐다”며 “1월 기점으로 가격을 올릴까 했는데, 단골들 생각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1000원만 올려도 주 5일 오는 분에는 한 끼 값 아닌가.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분들이 많아 적자를 감수하고 버티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지난 2일 영광 불갑면의 한 착한가격업소 관계자가 마감 전 주방을 정리하고 있다. 정성현 기자
인구소멸위기 등 소비인구가 적은 지방 업주들의 고심은 더 깊다.

30년 간 영광 불갑면에서 중식당을 운영중인 착한가게 업주 박정례(74)씨는 “잇따른 물가 상승에 최근 종업원들을 다 내보냈다. 운영 시간도 점심·저녁 식사 시간대로 줄였다”며 “촌 단위는 식당 하나가 ‘마을 사랑방’ 역할을 한다. 주 고객층인 60~80대가 부담 없이 오갈 수 있는 곳이어야 해 가격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중식당은 짜장면을 4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마저도 5년 전 물가 상승을 못이겨 한 차례 올린 금액이다.

박씨는 “작년 중 절반이 적자였다. 배달 비용도 부담하기 어려워 현재 홀 운영만 하고 있다”며 “‘착한가격업소’가 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해 신청했는데, (소모품 등) 1년에 50만원 돈도 지원이 안 된다. 혜택 제공도 딱 한번 뿐이다. 젊음과 추억이 깃든 가게가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쓴웃음 지었다.

급격한 물가상승은 통계로도 확인됐다. 지난달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광주·전남 소비자 물가 지수는 3년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2021년 2.6% △2022년 5.7% △2023년 3.5% 등이다.

상승 품목은 농축수산물이 평균 6.8%로 가장 높았고 공업제품·공공서비스가 뒤를 이었다. 가격을 동결하고 있는 착한가격업소 입장에선 해마다 늘어나는 원자재·공과금 상승 등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지역 가격 안정의 시발점이 되는 착한가격업소를 위해 보다 세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성공회대 모 경제학과 교수는 “대부분 지역에서 착한가격업소에 종량제봉투 등 소모품을 제공한다. 값싼 가격 구성 대비 가성비가 나오지 않는 셈”이라며 “버티다 못한 가게들은 결국 가격을 올린다. 이는 저렴한 가격에 이곳을 찾던 청소년·취약계층 등의 선택지가 줄어드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곳인 만큼 공공요금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저렴한 가격을 제공하는 착한가격업소 역할이 중요하다”며 “업주 부담을 덜기 위해 배달비 지원 등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전남도 관계자는 “착한가격업소가 있는지 모르는 지역민들이 많다. 실질적 지원과 함께 홍보에 나설수 있도록 지자체와 긴밀한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