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설 특집>“광주여, 유라시아를 보라. 경계밖 세상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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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설 특집>“광주여, 유라시아를 보라. 경계밖 세상으로 가자”
● 김현국 탐험가가 말하는 유라시아
“전쟁 영원하지 않아. 지금이 준비 적기”
“광주서 유럽까지 육로 탐험 개발해야”
“낯선 땅 개척 통해 새로운 활로 창조”
“광주생산 경차 캐스퍼로도 일주 가능“
  • 입력 : 2024. 02.07(수) 14:44
  • 노병하 기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를 연결하는 시베리아 횡단 러시아 연방도로의 완공을 알리는 조형물 앞에 선 탐험가 김현국 씨.
김현국 탐험가의 6번째 유라시아 횡단 일정 지도. 지난해 5월 광주를 출발해 다시 돌아오기까지 장장 6개월이 걸렸다. 김현국 제공


광주에서 아이들과 함께 차를 타고, 바이칼 호수에 도착해 낚시를 한다면? 광주 청년들이 시베리아를 횡단해서 발트해에서 윈드서핑을 하고, 노년의 부모님을 모시고 유라시아 대륙의 북극권에서 오로라를 보고 온다면 어떨까? 답답한 반도, 그것도 그 절반에 머물러 있는 대한민국의 기상이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으로 뻗어 나가는 상상은 과연 상상일까. 유라시아 대륙을 6번이나 횡단한 대한민국 최초의 국제 탐험가 김현국씨는 말한다. “뭘 망설이십니까. 지금 떠나세요!”
 
 ●‘캐스퍼’ 타고 6번째 유라시아 횡단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한창 전쟁 중이던 지난해 5월, 998cc의 캐스퍼를 타고 3만2000㎞를 떠날 준비를 한 광주 남자가 있다. 정비가 잘 된 도로보다 안된 도로가 더 많은 땅, 지평선이 매일 보이는 광활한 대륙, 유라시아를 향해 떠나겠다고 한 것이다.
 환한 웃음을 지었지만 김 탐험가의 이번 여정은 절대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5월10일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출정식을 마친 그는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이 시작되는 부산으로 이동, 동해시에서 배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다.
 이후 하바롭스크와 치타, 울란우데, 바이칼 호수, 이르쿠츠크, 크라스노야르스크, 노보시비르스크, 옴스크, 예카테린부르크(첼랴빈스크), 우랄산맥, 페름(우파), 카잔(사마라), 모스크바, 수발키회랑, 바르샤바, 베를린, 암스테르담(로테르담)에 이르는 길을 달렸다. 전쟁 중인 러시아 한복판을 캐스퍼 하나로 달려가는 것 자체가 무모한 발상인데 기간도 무려 반년. 그리고 실제로 그는 꼬박 6개월 뒤인 11월17일 동해시를 통해 광주, 부산을 거쳐 서울에 도착했다.
 왜 캐스퍼였을까. 김 탐험가는 “이번 6번째 유라시아 대륙횡단은 겨울 환경의 시베리아 횡단도로를 자료화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그간의 탐험을 토대로 모든 환경에서의 유라시아 대륙횡단 도로에 대한 자료가 완성되는 것이었다”면서 “이것이 있다면 앞으로 유라시아는 대한민국의 드라이브 코스가 될 것이기에 꼭 해야만 했다. 캐스퍼를 선택한 것도 이런 이유다. 998cc 경승용차는 누구든지 우리 일상에서의 이동수단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캐스퍼에 대해 “처음엔 주변에서는 말렸다. 오프로드 전용 차도 힘든 판에 998cc 경자동차라니. 그런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차를 잘 만들었다. 노사 상생의 결실로 탄생한 자동차다웠다”고 덧붙였다. 혹시 일회성이 아닌가 싶어 그 차는 어떻게 했냐고 물었더니 “오늘도 직접 몰고 왔다”고 답했다. 그는 진짜로 캐스퍼를 좋아했다.

 ●유라시아 대륙 횡단 지도를 만들다
 김 탐험가는 이번 횡단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앞세운 서방세계와 러시아의 충돌이 이뤄지고 있는 양쪽 모두를 체험했다. 분쟁의 모습은 특히 국경에서 실감했는데, 무엇보다 국경 통과가 무척 어려웠다. 일반적으로 3일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당연히 계획도 변경됐다. 당초 라트비아를 통해서 유럽으로 나가고 러시아로 들어오려는 계획을 수정해서 에스토니아 국경을 이용했다.
 모두 36시간이 걸렸는데 실제 이뤄진 양쪽 국경의 출입국 절차는 불과 2시간 30분정도 소요됐을 뿐이었다. 또 러시아로 들어가려는 친러 쪽 국경통과자들은 라트비아나 에스토니아 출입국사무소에서 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 탓을 했고 해당 국경 사무소 직원들은 러시아 쪽에서 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 서로 탓을 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서로가 소통하지 않고 있었고 그만큼의 시간만큼 차량 운전자들은 기다려야 했던 것이다.
 김 탐험가는 이번 여정 중에 모스크바와 베를린에서 언론과 방송 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상황을 알렸고 누군가 평화를 위한 손을 먼저 내밀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냉혹한 환경도 걸림돌이었다. 김 탐험가는 “유라시아 대륙의 끝이 없는 길은 한계를 의미한다. 또 시베리아라는 대자연에서 홀로 맞게 되는 밤은 두려움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계와 두려움은 겸손함을 만들어준다. 대한민국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들이다”면서 “우리가 사는 곳이 좁다는 것은 나가보면 안다. 광활한 대륙을 내 자동차로 달리다 보면 삶을 보는 시각도 달라진다”고 말한다.

 ●“우크라-러시아 전쟁 영원하지 않아”
 김 탐험가는 유라시아라는 대륙을 광주가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이 이상하다는 입장이다.
 “전쟁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결국 끝나지요. 복구 사업이야 서방 국가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대한민국 그것도 광주가 할 일도 있습니다. 지금부터 그것을 고민해봐야 합니다.”
 김 탐험가는 국제고속도로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시안 하이웨이’라는 이 길은 중국 쪽(1호선)과 시베리아 쪽(6호선) 두 개가 있는데,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UN ESCAP)에서 아시아 각국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 국경을 터서 길로 나라와 나라를 연결했다.
 원료를 수입, 가공해서 수출하는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에 다양한 물류루트를 확보하는 것은 생명줄과도 같다. 이것이 바로 김 탐험가가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을 반복적으로 다니면서 자료화 하는 이유다. 우리에게는 어느새 ‘김현국 탐험가’라는 안내자가 주어진 셈이다. 이를 활용하지 않는 것 자체가 손해다.
 실제로 김 탐험가는 앞으로 누구든지 유라시아 대륙을 체험하거나 경험해볼 수 있도록 오프라인에서는 유라시아라는 단어를 특화시킨 여행자 복합공간을, 온라인에서는 가상세계(메타버스)를 활용한 게임과 증강현실 아바타를 만들어 볼 예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이번 여섯 번째 ‘횡단 전시회’다. 아직까지 지원해주는 곳은 없다. 캐스퍼 쪽에서 해줄 것도 같지만 그런 이야기는 전무하다. 그럼에도 그는 광주와 유라시아를 연결하려는 노력을 혼자서라도 계속하고 있다.
 김 탐험가는 “전시회를 하려고 하는데 좀 어렵긴 하지만, 분명 누군가는 유라시아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거라 믿고 있다”면서 “광주를 넘어 대한민국에서 유라시아 횡단을 6번이나 한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유라시아 진출을 고민하는 단체들이라면 언제든지 연락주시기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노병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