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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서석대>뉴스페이스
곽지혜 취재1부 기자
  • 입력 : 2024. 02.18(일) 14:20
곽지혜 기자
대한민국이 희망으로 가득 찼던 황금기, 1990년대 초 대전엑스포와 꿈돌이 세대라면 강제적이든, 자의적이든 한 번쯤 ‘과학그림대회’에 참가해 봤을 것이다. 미래의 우리가 살고 있을 모습을 상상해 그려보라던 주제에 누군가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누군가는 바닷속 해저터널을, 누군가는 화성이나 달에서 정원을 가꾸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그렸더랬다. 달나라에서 사과나무를 심고, 자전거를 타겠다고 한들, 그림을 그린 아이들을 보고 누구도 미쳤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20년 후 ‘달에 기지를 건설하고 화성에 도시를 세우겠다’고 말하는 한 사업가에게 사람들은 정신 나간 소리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바로 일론 머스크다.

‘테슬라의 아버지’로 이름을 날리기 전, 일론 머스크는 화성에 실험용 소형 온실을 설치해 식물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화성 오아시스’라는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일단 화성에 가야 식물도 기를 수 있을 테니 러시아로 직접 로켓을 사러 가기도 했단다. 터무니없는 가격을 보고도 그는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로켓을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뭐 하나 일반적이지 않지만, 그렇게 세계 최초의 상용 우주선 발사기업인 ‘스페이스X’가 탄생했다.

세계 최초의 궤도 발사체 수직 이착륙, 세계 최초의 궤도 발사체 재활용, 세계 최초의 민간 우주 비행사의 국제 우주 정거장 도킹 등 화려한 수식어와 함께 스페이스X는 그야말로 세계 최고의 우주개발 민간 기업으로 성장했다. 냉전기 미국과 소련 등 방위를 위해 국가에서 경쟁적으로 발전시켜 왔던 우주산업을 이제는 민간에서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한국판 스페이스X’ 자리를 두고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 기업으로 선정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으로부터 누리호 기술을 이전받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달 국내 민간 주도 뉴스페이스 시대를 이끌 ‘차세대 우주발사체 체계종합기업’ 입찰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체계종합기업은 발사체 설계부터 제작과 발사운용까지 사업의 전반을 책임지게 되는데, 선정된 기업은 연내 개념설계에 착수해 오는 2032년 달 탐사까지 이끌게 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5일에 순천 율촌산업단지에 국내 최대 규모의 발사체 제조 시설인 ‘스페이스허브 발사체 제작센터’를 착공한 기업이다. 체계종합기업 선정 시 발사체 설계·조립· 발사·관제까지 모든 서비스를 전담하고 수출할 수 있는 우주기업이 탄생하는 것이다. 전남도 입장에서 역시 우주발사체 산업 클러스터 조성의 첫 민간기업 투자유치를 실현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선전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순천에서 조립된 우주발사체가 고흥에서 힘차게 솟아오를 날이 머지않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우주기업의 탄생과 대한민국 우주발사체의 핵심기지로 거듭날 전남도의 내일이 과학그림대회 속 작품처럼 멋지게 그려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