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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아티스트 임용현 작가가 작업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광주 남구 월산동의 ‘이메진 팩토리’. 도선인 기자 |
프랑스 파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 지대 몽마르트르는 19~20세기에 활동했던 예술가들이 사랑한 지역이었다. 피카소, 반 고흐, 수잔발라동 등 불멸의 화가들을 비롯해 시인, 가수들이 이곳을 거쳐 갔기 때문이다. 골목마다 채워진 엔틱한 분위기가 세대의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줬다. 때문에 ‘몽마르트르’는 지명을 넘어 전 세계마다 예술가들이 모여든 아지트로 비유되곤 했다.
광주에도 최근 새로운 몽마르트르로 주목되고 있는 곳이 있다. 둥그런 산등성이 모양을 수박에 빗대어 칭한 작은 언덕 ‘수박등’을 끼고 있는 남구 월산동이다. 지자체 주도의 문화예술 콘텐츠 조성사업이나 창작공간을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할 수 있는 레지던스 공모사업 등의 여파가 아니다. 비교적 광주에서 집값이 저렴한 지역에 속하면서 이곳에 자발적으로 작업실을 두는 작가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다. 아파트 공화국을 벗어난 광주 대표 주택가로 골목마다 빼곡히 채워진 90년대 레트로한 건축양식도 영감에 한몫한다.
광주 대표 미디어아티스트 임용현 작가는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이어왔던 여러 문화기관 주관의 레지던스 생활을 청산하고 2021년 월산동에 첫 개인 작업실을 뒀다. 작은 언덕 자락의 땅을 매입하고 아예 3층 건물을 올렸다. 한정적인 공간을 빌려 쓰는 레지던스 생활이 답답하기도 했고 작업세계가 어느 정도 구축되면서 실험적인 작업과 자체적으로 전시회까지 열 수 있는 쇼룸같은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름하여 ‘이메진 팩토리’. 미디어를 매체로 상상을 펼치는 임 작가의 작업처럼, 상상이 현실이 되어 나가는 공장이라는 의미다. 임 작가는 “대형작품을 이동시킬 수 있게 통창을 뚫고, 층마다 서로 다른 성격의 작업실과 쇼룸을 뒀다. 나만의 의도와 편의성이 총집합된 첫 공간이라 애정이 크다”며 “지난해 워낙 전시 일정이 많아 교육이나 소규모 행사 공간으로 활용을 못 했는데, 올해는 미디어아트 사랑방으로도 활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회화작가로 탄탄한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부부화가, 이인성 작가와 성혜림 작가도 월산동에 작업실 둥지를 틀었다. 특히 이 작가는 광주시립미술관이 주관하는 양산동 창작스튜디오, 북경창작스튜디오(해외교류사업) 등의 레지던스 경험을 거쳐 월산동에 개인 작업실을 마련했다. 이 작가는 “사람 사는 동네라서 풍경이야 별다를 게 없지만 비슷한 나이대의 작가들이 모여있어 아무래도 미술계 이야기가 많이 오가게 된다”고 말했다.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진작가 이세현 작가도 9년째 월산동에 작업실을 두고 있는데, 올해 작업의 터닝포인트를 위한 스튜디오를 새로 직접 짓고 있다. 이 사진작가는 “해를 거듭할수록 작업물도 많아지면서 작품 보관전용, 자료실 등의 공간의 필요성이 커졌다”며 “마침 기존 작업공간 뒤로 빈집이 매물로 나와 직접 리모델링을 하고 있다. 사진을 비롯해 퍼포먼스 등 다양한 시도도 할 수 있는 나만의 독립된 공간이 될 것 같아, 설렌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월산동에 정정아 작가를 비롯해 월산동 인근 지역으로 봉선동에 하루.K, 서구 농성동에 김자이 작가 등의 작업실이 밀집해 있다. 여러 예술적 창·제작과 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독립큐레이터 그룹 ‘오버랩’도 월산동 27-17에 공간을 두고 있다.
광주 남구 월산동에 있는 독립큐레이터 그룹 ‘오버랩’에서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
정헌기 호랑가시나무창작소 대표는 “광주에서 대표적으로 미술계 인사가 모이는 곳은 동구 예술의거리, 과거 선교사들이 터를 잡았던 남구 양림동이 있었다. 최근 신진, 청년작가들이 싼 집값을 이유로 남구 월산동에 작업실을 두는 추세다”며 “특히 월산동은 지자체 주도가 아닌 자발적으로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