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서석대> 전화위복(轉禍爲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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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 서석대> 전화위복(轉禍爲福)
박간재 취재2부 선임부장
  • 입력 : 2024. 02.26(월) 16:23
얼마전 말로만 듣던 낙상을 했다. 잠시 혼절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계단을 내려오던 순간은 기억나는데 찰나의 순간 정신을 잃었다. 정신차려보니 옆으로 쓰러져 있었다. 잠시 후 오른쪽 허벅지에 파고드는 통증을 느낀 뒤 심각성을 깨달았다. 나이들어 조심해야 하는 게 고관절이라 했는데 불안감이 몰려왔다.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본 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뼈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낙상 한달 지났지만 여전히 걸음걸음 조심하고 있다. 주변에 얘기를 했더니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해. 액땜 했으니 올해 운세가 좋아지려나보다”고 위로해 준다.

우울해던 마음이 일거에 걷힌다. 말 한마디가 이렇게 큰 감동으로 다가올줄이야.

사자성어 전화위복(轉禍爲福 )은 중국 전국시대 합종책으로 한·위·조·연·제·초 6국 재상을 겸임했던 전략가 소진이 한 말에서 유래했다. 소진은 “옛날에 일을 잘 처리했던 사람은 화를 바꾸어 복이 되게 했고 실패를 바꿔 공이 되게 했다”고 했다.

재앙이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된다는 뜻으로, 좋지 않은 일이 계기가 돼 오히려 좋은 일이 생김을 이르는 말이다.

이와 비슷한 사자성어가 ‘새옹지마(塞翁之馬)’다. ‘변방에 사는 늙은이의 말’이라는 뜻으로 세상일은 변화가 무쌍해 길흉을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노인이 키우던 숫말이 국경을 넘어 오랑캐 땅으로 달아나고 말았다. 몇달 뒤 숫말이 암말 한마리와 여러마리 망아지를 데리고 돌아왔다. 얼마후 노인 아들이 말을 타다가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다. 슬픔에 잠겨 있던 차 오랑캐가 쳐들어 왔고 젊은이들이 전쟁터로 끌려 갔지만 다리를 다친 노인의 아들은 걸을 수 없어 군대소집에 면제돼 목숨을 구하게 됐다.세상사 길흉화복은 아무도 모르는 일로 좋지 않은 일이 닥쳤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라는 교훈이다.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 공천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현직 국회의원들이 신인 정치인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공천된 정치인은 쾌재를, 낙선자들은 절망에 빠져 반발하고 있다. 변방의 노인처럼 공천 됐다고 즐거워 할 필요도 없으며 낙선됐다고 절망할 필요도 없다. 낙선자들은 지역정치 발전을 위해 정치 원로로 남아 젊은 정치인들을 길러내는 전화위복의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국회의원이란 봉사의 자리이지 개인 욕망을 채우는 곳은 아니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