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동환 논설위원 |
손펌프를 쓰던 시절, 마중물은 물을 얻기 위한 첫 번째 준비였다. 이제는 비유의 영역으로 확장돼, 어떤 일의 시작을 촉진하고 성과를 끌어내는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정책이든 경제든, 세상의 흐름은 언제나 이렇게 작지만 결정적인 ‘첫 물’에서 출발한다.
이재명 정부가 오는 21일부터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한다. 1차로는 전 국민에게 15만원, 차상위계층과 한부모가족엔 30만원, 기초생활수급자에겐 40만원이 돌아간다. 비수도권 주민에겐 3만원, 인구감소지역 주민에겐 5만원이 추가로 지급된다. 2차는 9월로, 소득 하위 90%에게 10만원씩 지급될 예정이다. 지방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비 보조율도 90%까지 끌어올렸다.
이번 정책은 단순한 소비 촉진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 불균형 해소, 침체된 지역경제 회복, 공동체 재건까지 고려한 ‘종합 민생 처방’이다. 기초생활을 겨우 이어가는 이들에겐 생계의 디딤돌이 되고, 조금 숨통이 트인 사람들에겐 소비의 촉진제가 될 수 있다.
소비는 심리에서 시작되고, 경제는 순환으로 회복된다. 결국 중요한 건 ‘지급’ 그 자체가 아니라 ‘지속’이다. 돈은 나갔지만 효과는 돌아오지 않는다면, 정책은 빈 그릇에 물 붓기가 되고 만다. 그래서 마중물은 곧 책임이고, 성과를 만들기 위한 사전 투자다.
이 물이 흐르기 위해선 ‘정책 이후’가 더 중요하다. 행정은 돈을 집행하지만, 효과는 국민이 체감한다. 정책의 성패는 숫자가 아니라 얼굴과 표정에서 드러난다. 지원을 체감하지 못한 국민에겐 그 지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펌프질은 시작됐다. 그러나 단 한 바가지로는 안 된다. 마중물은 작지만, 그것이 이어져야 진짜 물줄기가 솟는다. 한 번의 정책이 아니라, 신뢰의 연쇄가 이어져야 한다. 국민은 결과로 반응하고, 정치도 결과로 말한다.
행정은 뿌리고, 평가는 시민이 한다. 진짜 마중물은 다음 물줄기를 부른다. 변화는 예산이 아닌 신뢰에서 시작된다. 그 신뢰를 키우는 일이야말로, 이 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