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홍범도 장군 흉상 앞 울려퍼진 “대한독립 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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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전남일보]홍범도 장군 흉상 앞 울려퍼진 “대한독립 우라!”
●광주 광산구 고려인마을 3·1절 105주년 기념 만세 재연
고려인 동포 등 300여 명 참여
“독립 정신 되새겨… 역사 기억”
“홍범도 장군 독립업적 알려야”
  • 입력 : 2024. 03.03(일) 17:19
  • 나다운·박찬·윤준명 수습기자
박병규 광주 광산구청장과 고려인 동포, 주민 등이 지난 1일 광주 광산구 홍범도공원에서 고려인마을 주최로 열린 3·1절 만세운동 재연행사에서 만세 삼창을 외치고 있다. 나건호 기자
지난 1일 3·1절 제105주년을 맞아 광주 광산구 고려인마을 일대에서 ‘빼앗긴 조국, 그날의 함성’이라는 주제로 기념 행사가 진행됐다. 나다운 수습기자
“다 같이 외쳐봅시다! 대한독립 만세! 대한독립 우라(만세)!”

3·1절 제105주년을 맞은 지난 1일 오전 광주 광산구 고려인마을에 ‘만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월곡고려인문화관 앞에 모인 수백 명의 인파는 100여 년 전 조국의 독립을 위해 항거한 조상의 기개를 재현하듯 있는 힘껏 태극기를 흔들었다.

이날 고려인마을 일대에서 ‘빼앗긴 조국, 그날의 함성’이라는 주제로 3·1운동 기념행사가 열렸다. 행사에는 고려인 동포를 비롯해 보훈 단체, 기관장 등 시민 300여명이 참여했다.

일본인 순사 복장을 한 남성, 한복 차림의 고려인, 손태극기를 든 초등학생 등이 한 데 뒤섞여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거리 행진 내내 우렁찬 목소리로 ‘코레아 우라(대한민국 만세)’를 부르며 선조들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겼다. 행진은 월곡 고려인문화관에서 홍범도 공원(다모아어린이공원)까지 500m가량 이어졌다.

공원에서는 △독립군가 합창 △기념공연 △홍범도 장군 흉상 포토존 운영 등 부대행사가 진행됐다.

전남대와 호남대 재학 중인 우즈베키스탄 출신 덴마리나·김아나스타샤씨는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초가 된 ‘독립선언서’를 대표로 낭독했다.

덴마리나씨는 “이 마을에 12년째 살고 있는데 오늘 독립선언문을 낭독하면서 한민족으로서 자랑스러움을 느꼈다”며 “선조들의 노력으로 대한이 독립을 이룩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고려인 레일라(14)양은 “역사 시간에도 배우지만 직접 와서 현장에서 이런 행사를 경험하는 건 또 다른 느낌이다”며 “독립 정신을 되새겨 조상의 공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단체로 한복을 맞춰 입고 온 학생들과 타지에서 온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대성여고 재학 중인 지유림(18)양은 “고려인 마을에 위치한 역사관에서 홍범도 장군에 대한 설명을 듣고 관심을 가져 올해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며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다짐했다.

서울에서 왔다는 김모(70)씨는 “몇 년 전 우연히 이 행사에 참여했다가 큰 감동을 받은 후 매년 찾고 있다”며 “마을 사람들이 다 같이 외치는 만세 소리에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꼈다. 이 고려인 마을은 대단히 유쾌하고 멋있는 마을이다. 앞으로도 매년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3·1절 제105주년을 맞아 광주 광산구 고려인마을 일대에서 ‘빼앗긴 조국, 그날의 함성’이라는 주제로 기념 행사가 진행됐다. 윤준명 수습기자
지난 1일 3·1절 제105주년을 맞아 광주 광산구 고려인마을 일대에서 ‘빼앗긴 조국, 그날의 함성’이라는 주제로 기념 행사가 열린 가운데 홍범도 장군 분장을 한 시민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박찬 수습기자
최근 불거진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과 관련해 안타까운 목소리도 나왔다. 홍 장군은 고려인들에게 자부심과 정체성의 상징으로 자리매김돼 있다. 지난 2022년 고려인 주민들은 홍 장군의 유해가 카자흐스탄에서 한국으로 봉환된 지 1주년을 기념해 다모아어린이공원에 홍 장군 흉상을 세운 바 있다.

광산구 월곡2동 지역사회협의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모씨는 “고려인, 독립운동 등 잊히고 있는 역사가 많다. 자긍심을 가지고 독립의 역사를 되새겨야 한다”며 “홍범도 장군 논란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역사란 기억해야 할지 지워야 할지를 따지는 논란의 대상이 아니다. 철거한다는 자세 자체가 역사의식에 반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마을에서 홍범도 장군의 업적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는 최경화(53)씨는 “최근 홍범도 장군 관련 문제가 재이슈화됐는데 정치적인 해석을 떠나 장군이 독립운동을 위해 힘썼던 행적에 대해서만큼은 기억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고려인 후손들이 조국의 광복을 위해 헌신한 고려인 선조들의 강인한 민족 정신을 이어받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광주에 정착한 고려인들은 지난 2010년부터 매년 3월1일마다 3·1절과 1923년 연해주 고려인 3·1만세운동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나다운·박찬·윤준명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