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40년 인연 예술적 동반자가 꿈꾼 ‘영원한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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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전남일보]40년 인연 예술적 동반자가 꿈꾼 ‘영원한 비상’
●조선대 김보현&실비아올드 미술관서 전시
10년만에 부부 소장품전 개최
‘새’형상 소재로 한 작품 엄선
떠있는 구름같은 설치작 눈길
  • 입력 : 2024. 03.07(목) 11:12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실비아올드 작 비상.
조선대학교 김보현&실비아올드 미술관이 지난 4일부터 김보현&실비아올드 소장품전 ‘영원한 비상을 꿈꾸다’를 열고 있다. 생전 예술적 동반자였던 김보현·실비아올드 부부 작품을 함께 선보이는 소장품전은 지난 2014년 개최했던 ‘행복한 동행’전 이후 10년만이다.

김보현 화백은 조선대 미술대학 창설을 주도하고 초대 학과장을 지낸 재미화가로 한국 추상표현주의 1세대로 거론된다. 김 화백은 미국의 조각가인 실비아올드 작가와 뉴욕에서 결혼하면서 부부의 연을 맺었다. 실비아올드 작가는 뉴욕 타임즈에 ‘미국 100인의 작가’로 선정될 정도로 저명한 화가이며 판화의 한 기법인 실크스크린을 최초로 작품화한 작가로 기록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김보현의 회화 작품 11점과 실비아올드 조각 작품 10점을 모아 21점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김보현과 실비아올드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동물과 새의 형상을 소재로 한 작품을 엄선했다. 김보현은 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려서부터 새를 좋아했다. 내가 살던 시골집에 처마 아래 작은 구멍에 참새가 새끼를 낳았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그 새끼들을 데리고 와 먹이를 주고 기른 적 있다… 새와 관련해 미국에서 처음 왔을 때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 그때 나를 도와준 일본인이 있었는데 헤어지면서 고마움을 표현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새를 두 마리 사서 선물했다. 그 돈이면 더 좋은 선물도 살 수 있었을 텐데… 아마 그 사람은 내 선물을 받고 당황했을 것이다. 뉴욕의 현재 작업실과 옥상에 한때 오십여 마리 새가 있었다.”

부부가 노년에 담기 시작한 자연과 동물, 새의 이미지는 낙원에 대한 향수이자 자유를 향한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들은 새 형상을 통해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인간과 자연이 하나되는 세상을 나타내며 영원한 비상을 꿈꾸었다.

1실에서는 김보현의 ‘날으는 새’와 실비아올드의 ‘비상(In flight)’을 볼 수 있다. 김보현 대표 작품 ‘날으는 새’는 인물주변에 검은 색을 기저로 부분적으로 노란색과 푸른색을 첨가했다. 4명이 고개를 들어 멀리 보면서 무언가 생각하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이같은 도상속에 김보현의 트레이드 마크인 새가 등장한다.

실비아올드의 ‘비상(In flight)’은 2013년 이후 11년 만에 관람할 수 있는 기회다. 이 작품은 철사와 줄을 엮어 수백 개의 망으로 연결하고 기르던 앵무새 깃털을 꽂았다. 공중에 떠 있는 듯 하지만 망과 망 사이의 공간에 존재하는 힘을 나타내고 있다. 설치할 때마다 형태가 달라지는 우연의 효과가 있으며 완전히 떠다니는 구름을 보는 듯 하다.

2실에서는 김보현의 ‘새와 놀다’, ‘푸른 꿈’, ‘해변가’와 실비아올드의 ‘새 시리즈’ 2점을 볼 수 있다. ‘푸른 꿈’은 김보현의 작품 중 마티스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작품으로 새-여인-액자가 있는 공간을 전후의 위치와 관계없이 배치함으로써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보현 작 9.11.
3실에서는 김보현이 미국의 9·11 테러 사건을 소재로 한 ‘9·11’과 실비아올드의 ‘새의 노래’를 볼 수 있다. ‘새의 노래’는 실비아올드의 조각에 대한 총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이며 2002년 조선대학교 미술관에서 전시한 이래 21년 만에 내놓은 것이다.

김보현·실비아올드 부부는 서로의 작품에 영향을 주며 영혼의 동반자로 40여년을 함께 했다. 2011년 실비아올드가 94세로 타계하고 김보현 또한 3년 후 2014년 9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조선대 김보현&실비아올드 미술관은 2011년 개관해 현재까지 31회 기획전과 소장품전을 개최했다. 이전 소장품전은 오는 5월24일까지 이어지며 관람시간은 오전10시부터 오후5시까지. 주말·공휴일은 휴관이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