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다선(多選)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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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서석대>다선(多選)의 추억
김성수 논설위원
  • 입력 : 2024. 03.12(화) 16:30
김성수 논설위원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부산 사하을 지역구에서 국민의힘 소속 현역 조경태 의원이 당내 경선에서 승리를 거뒀다. 조 의원이 관심을 끄는 건 이미 단수 공천을 받은 서병수(부산진갑) 의원과 함께 부산 지역구에서 당내 최다선인 ‘6선 도전’에 나선다는 점이다. 아직 넘어야 할 벽도 높다. 격전지로 꼽히는 ‘낙동강 벨트’사수를 위해 여당 입장에서 중진들의 활약을 기대하지만 더불어민주당도 사하을 후보로 영입 인재 2호인 이재성 전 엔씨소프트 전무를 내세웠고, 선거구 조정이 이뤄진 부산 북구갑에선 서 의원을 상대로 민주당의 재선인 전재주 의원이 버티고 있다.

눈여겨 볼 것은 당선 여부와 당을 떠나 부산에서만 6선 도전 후보가 2명이나 배출됐다는 점이다. 국회에 재입성시 자연스레 국회의장 후보군으로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부산은 2000년 이후에만 국회의장 3명을 배출했다. 16대 국회 박관용(6선) 의장을 비롯해 18대 김형오(5선) 의장, 19대 정의화(5선) 의장이다. 본선·경선 모두가 치열한 정치구도와 세대교체 요구라는 부담속에서도 다선을 이룬데는 탄탄한 조직력과 지역민심을 얻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부산의 정치 생태계가 그저 부럽다. ‘민심의 저울’이 균형을 잘 이루면서 여야 정치인들이 살얼음판을 걷듯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다름없는 광주·전남의 정치구도와는 상반된다. 광주·전남이 정치세력을 키워내지 못하는 이유다. 유권자들의 선택은 제한된 대신 민주당 후보들은 경선만 통과하면 9할 넘게 당선되는 웃지 못할 구조다. 특히 다선 정치인의 부재는 호남 정치력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21대 총선에서 광주·전남 18개 지역구에서 15곳이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물갈이율 83%로 역대 최대치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지역 경선에서 현역 상당수가 탈락했다. 상당수 초·재선의원들이 4년간 제 역할을 못했다는 반증이다. 그나마 22대 총선에서 ‘정치 9단’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5선 도전’과 이개호 의원과 이정현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부위원장이 ‘4선 도전’으로 다선 반열에 오를지 관심사다. 광주·전남에선 역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천정배 전 의원 등이 ‘6선’을 한 게 고작이다. 선거 때만 되면 제기되는 물갈이론으로 중앙무대에서 지역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는 다선 의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호남 정치권은 타 지역과 비교해 전사, 스타플레이어가 없다. 신진세력과 조화를 이루고 정치신인을 키울 조력자가 부족하다. 광주·전남의 정치 재건을 위해서는 정치권의 적절한 ‘신구 조화’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