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파묘'의 '진짜 험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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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서석대>'파묘'의 '진짜 험한 것'
노병하 취재1부 정치부장
  • 입력 : 2024. 03.13(수) 14:54
노병하 부장
영화 ‘파묘’의 약진이 놀랍다. 극장가 비수기라는 2월말과 3월초에 개봉했음에도 900만 관객을 목전에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벌써 133개국에 판매됐고 각종 해외 영화제 초청까지 이어지고 있다.

‘험한 것이 나왔다’는 영화카피는 인터넷에서 밈이 되고 있고, 영화의 소재인 일제 시대에 행해졌다고 알려진 ‘말뚝’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물론 비판도 있다. 스포일러라 다는 말하지 못하지만, 일부 관객들은 ‘초반은 오컬트(초자연 공포) 물이었는데 후반엔 크리쳐(괴물) 물로 변해 시시해졌다’라거나 ‘후반 <험한 것>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김이 샜다’는 반응도 있었다. 또 ‘일제시대 말뚝설은 낭설로 밝혀졌는데, 흥행을 위해 반일 정서에 기댄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하도 세상이 떠들어대서 필자도 결국 극장에서 보게됐다. 간만에 재밌게 본 한국영화였다. 해석에 대해서는 여러 이야기가 있겠으나 주관적 생각만을 풀어본다면 세워진 형태로 박힌 관은 ‘말뚝’이자 어쩌면 우리 사회에 아직도 남아 있는 어떤 ‘험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세워진 관’ 위에 ‘놓여진 관’은 극중 ‘친일로 부를 쌓은 매국노의 관’이다. 그 관 밑으로 일본의 무력을 상징하는 ‘험한 것’이 숨겨져 있으니 ‘험한 것’과 ‘매국’은 동일시되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다. 아울러 관에서 나온 ‘험한 것’은 어쩌면 ‘온전한 일본의 것’이 아닐지 모른다. 일본에서 만들어졌지만 일본 전부의 것도 아닌 군국주의의 혼으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험한 것’이 하는 대사에서도 그것이 죽었을 때의 시대가 아닌 일제 강점기의 논리였던 ‘북진’이 나오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험한 것’은 무엇을 상징하길래, 대한민국의 근엄한 일부 우파들이 화를 내는 것일까.

필자의 상식 기준에서 보자면 ‘험한 것’은 2024년까지 대한민국에 남아있는 ‘친일파’들이자 ‘친일을 옹호하는 정신’이고 나아가 ‘친일의 근본인 군국주의에 대한 동경을 가진 이들’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들은 ‘일본인’도 아니면서 ‘일본인’ 흉내를 내고, 정작 일본에서도 사라져 가고 있는 일제 강점기의 ‘대동아 정신’을 여전히 받들면서 이를 지적하면 ‘빨갱이’라고 맞받아 친다.

대처 이들이 말로 어쩌면 우리에게 있어 ‘진짜 험한 것’이며 지금이라도 대한민국에서 ‘파묘’해야할 그 무엇이 아닐까. 아! ‘김고은의 굿씬’은 그야말로 전율 그 자체이면서 동시에 김고은이 ‘무당 경력직’인줄 착각할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