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광주에 투영된 이누이트 ‘북극의 신화, 소멸의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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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전남일보]광주에 투영된 이누이트 ‘북극의 신화, 소멸의 저항’
5월 19일까지 이강하미술관서
지난해 캐나다 파빌리온 이어
문예위 국제기금 사업 성과로
최북단 이누이트 마을 방문해
현지 예술과 교류, 결과보고전
  • 입력 : 2024. 03.25(월) 17:08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이강하미술관 ‘북극의 신화, 소멸의 저항’ 전시가 오는 5월19일까지 이어진다. 이강하미술관 제공
밖은 봄바람이 코 끝에 일렁인다. 우리는 여전히 겨울에 머문다. 얼어붙은 북극, 어느 소수민족의 투영된 세계를 그리기 위해서다. 광주 남구 구립미술관인 이강하미술관은 지난해 11월 캐나다 최북단 긴가이트 지역에서 리서치 조사를 마치고 결과보고전 격인 ‘북극의 신화, 소멸의 저항’을 오는 5월 19일까지 연다. 긴가이트 지역에 사는 소수민족을 말하는 이누이트 순백의 세계가 펼쳐진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이강하미술관이 제14회 광주비엔날레에서 캐나다 파빌리온관으로 참여한 것이 계기였다. 이강하미술관은 캐나다 최북단 긴가이트 지역에 사는 소수민족, 이누이트 예술을 선보였다. 당시 전시에는 이누이트 민족 32명의 원로·신진 작가들이 참여했으며 90점 이상의 드로잉과 조각들을 망라했다. 자연, 동물과 교감하는 이누이트 소박한 세계를 펼쳐내고 독립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그들의 투쟁 역사가 광주에 투영돼 눈길을 끌었다.

호기심이 생긴 이선 학예실장은 같은 해 11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 국제예술공동기금사업을 신청, 현지 리서치에 나섰다. 광주비엔날레 연계전시인 파빌리온을 통해 이누이트 예술을 펼쳐냈지만 일회성 전시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전시 확장을 위해 이누이트 예술가를 만나고자 캐나다 최북단 긴가이트 지역으로 떠난 것. 이누이트 예술 전문기관인 ‘캐나다 웨스트 바핀 에스키모 쿠퍼레이티브’, ‘2024-2025 한국 캐나다 상호 문화교류의 해’를 정한 주한 캐나다 대사관 등이 협력하면서 의미를 더했다.

비행기를 몇 번이고 갈아타는 14일간 여정은 이선 학예실장과 광주 작가 김설아, 퍼포먼스 예술가 주세웅이 함께 했다. 캐나다 파빌리온 당시 인연을 맺은 이누이트 예술 전문가 윌리엄 허프만 큐레이터가 동반자를 자처했다. 이들은 현지에서 한국의 전통놀이, 전통무늬, 전통음식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이누이트와 교류했다. 북극에 닥친 환경적 문제에 공감할 수 있는 계기도 됐다. 이번 전시는 이들이 보고 느낀 이누이트 세계를 펼쳐낸 공간과 시간인 셈이다.

전시를 관통하고 있는 것은 ‘투영’이다. 광주에서 이누이트 삶을 투영하고자 했다. 불투명한 한지, 아크릴판 등의 소재를 사용해 ‘투영’이라는 주요한 키워드를 구현했다. 특히 방음벽 공사에 쓰이는 아크릴판 폐기물을 사용해 빙산의 모습을 구현한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이선 학예실장이 출퇴근길에 우연히 공사판에 버려진 아크릴판을 보고 업사이클링 작품을 생각했다. 삶의 흔적을 나타내는 흠집에 조명이 비치면서 이누이트의 세계가 투영되는 듯했다. 업사이클링 과정을 통해 환경적 메시지도 던지고 있다.

퍼포먼스 예술가 주세웅이 직접 배워온 전통춤 ‘북춤’을 VR로 감상할 수 있는 것도 묘미다. 이 외 김설아 작가가 참여한 ‘한지로 만든 이글루’, 이누이트 예술가 타락익 더피의 팝아트 작품, 방향 표지판 역할의 돌탑을 나타낸 킨가이트 시장의 작품 ‘이눅슉’, 환경운동가 데보라 누이마크의 영상 ‘얼음에게 보내는 편지’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이강하미술관 관람은 오전 10시~오후 6시이며 매주 월요일 휴관.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