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민 음식도 ‘옛말’…떡볶이 가격 '천정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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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전남일보]서민 음식도 ‘옛말’…떡볶이 가격 '천정부지'
외식물가 상승…1인분 1만원 훌쩍
광주 떡볶이물가 전년비 14% 상승
영세 자영업자, 운영비 가중 '시름'
  • 입력 : 2024. 03.25(월) 18:27
  •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
떡볶이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등 외식물가 상승이 지속되고 소비위축이 심화되면서 지역 영세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휴업 예정인 대인시장의 한 떡볶이 가게 메뉴판.
“최근 떡볶이 브랜드에서 신제품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는데 2명이서 떡볶이에 튀김까지 주문하니 2만원을 훌쩍 넘어갔어요. 이제 떡볶이도 맘 편히 못 먹겠어요.”

하굣길 친구들과 먹었던 추억의 음식인 떡볶이 가격이 외식물가 상승에 따라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떡볶이 단품 가격이 1만원대 후반에 달하는 등 값비싼 외식이 돼버렸다.

개강 후 친구들과 학교 근처에서 떡볶이를 사 먹었다는 대학생 김모(23)씨는 3만원이 넘는 계산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김씨는 “즉석떡볶이를 주문하면서 계란과 당면사리 등을 한 개씩만 추가했는데도 그 가격이 나왔다. ‘가성비’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두세 명이 먹다 보면 3만원을 훌쩍 넘어가 주머니 사정이 여의찮은 학생으로선 부담스럽다”며 “다른 프렌차이즈 떡볶이집과 비교하면 저렴한 편이나 중·고등학생 때를 생각하면 많이 올랐다”고 푸념했다.

실제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떡볶이 브랜드 가격을 살펴보면 기본 떡볶이는 1만4000원으로, 여기에 튀김, 주먹밥 등이 포함된 세트메뉴는 1만7000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새로운 맛이 추가된 메뉴의 경우 단품 가격만 최대 1만8000원에 달한다. 튀김과 순대 등 부수적 메뉴까지 더하면 1인당 1만원은 우습게 넘어간다.

떡볶이 가격은 주재료인 떡을 비롯해 부재료인 대파 등 채소류 가격이 오르며 덩달아 상승했다. 여기에 월세, 가스·전기세, 대출 원리금 감당 등 급증한 가게 운영비도 떡볶이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호남지방통계청 발표한 ‘2월 광주전남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광주지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5%로 다시 3%대로 올라섰다. 떡볶이 외식 물가는 지난달 같은 대비 6.2% 증가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무려 13.8%나 오르며 평균 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부재료인 파 가격도 전년 동월 대비 17.7%나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기준 양동시장 대파 상품 1㎏ 소매가격은 4000원으로 1년 전(2960원) 대비 35.14% 상승했다.

떡볶이 등 외식물가 상승으로 소비가 위축되며 개인 떡볶이집을 운영하는 지역 영세상인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광주 대인시장에서 3년째 떡볶이집을 운영 중인 자영업자 이모(49)씨는 “장사가 너무 안돼 휴업할 예정이다”며 “폐업을 하고 싶지만 대출금을 갚아야 하니 당분간 닫아놓고 직장을 얻어 원리금을 갚으려 한다. 나이가 있어 재취업도 쉽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처음 장사를 시작했을 땐 1인분에 3000원을 받았지만 2년 전부터 어쩔 수 없이 5000원으로 올렸다. 가격을 올리는 대신 양을 늘렸지만 2명이 떡볶이 하나를 시키면 1인분에 2500원꼴이 돼버려 남는 게 없다. 그렇다고 개인 떡볶이집에서 1만원씩 받을 순 없어 그대로 동결 중이다”면서 “학교 앞 포장마차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손님 대부분이 학생들이다보니 궁여지책으로 낱개에 100원씩 판매하고 있는 가게도 생겨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