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량 부족 딸기·멜론 생육 저조…지역농가 고충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지역이슈
일조량 부족 딸기·멜론 생육 저조…지역농가 고충
10년간 전국평균 일조시간 25%↓
담양 딸기 곰팡이 번져 상품성 뚝
담양 딸기·나주 멜론 농가 이중고
일조량 부족으로 피해 '재해 인정'
전남도, 농작물 피해 접수 ·조사중
  • 입력 : 2024. 04.07(일) 13:14
  • 글·사진=조진용 기자
저조한 일조량으로 곰팡이균이 번지면서 딸기 재배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일조량 부족으로 지난해 3월 기준 하루 딸기를 150박스 출하했으나 최근 들어 수확량이 감소해 10박스 밖에 출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 평균 일조 177시간 보다 25% 감소해 딸기 생육지연, 기형 등이 발생하고 있다
일조량 부족으로 전남지역 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담양 딸기재배 농가에서는 일조량부족과 잦은 비로 딸기 상품성을 잃었다. 나주 멜론 재배지도 부족한 일조량으로 상품성이 떨어졌으며 이를 보충하기 위한 난방전기 가동으로 농사 비용부담도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농가들은 일반재해기준이 아닌 특수재해에 상응하는 피해 보상을 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전남도는 부족한 일조량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재해로 인정해줄 것을 수차례 건의해 농작물 피해 신고·접수를 토대로 조사에 나선다. 전남 농업인들이 안정적인 영농활동을 지속하도록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지원도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담양고서 딸기농장 작황 부진

“햇빛이 부족하니 주렁주렁 매달려있어야 할 딸기의 상품성 가치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수확해도 상품화할 수 없는 딸기가 수두룩 하네요.”

담양군 고서면 한 딸기 농장. 농장 비닐하우스 실내에는 달콤한 딸기향 대신 수분기를 머금은 곰팡이 내음이 진동했다.

장화를 신은 채 바구니에 딸기를 수확해 담고 있는 배진영씨는 익지 않고 잿빛을 띄는 딸기들을 골라내며 한숨을 내쉬었다.

3월이면 한창 딸기를 출하해야 하지만 일조량 부족으로 딸기가 기형이 되거나 곰팡이가 슬어 제대로 수확조차 못하고 있다.

딸기는 꽃피는 기간이 5일에 불과하지만 잦은 비로 수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꽃에 곰팡이까지 발생했다.

배 씨는 “지난해 3월 하루에 딸기 150박스 출하해 수익을 올렸으나 요근래 10박스도 안돼 예년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2개월째 수입도 없는 실정이어서 딸기농사를 포기해야 할까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딸기 생육 피해가 발생한 원인은 변덕스러운 날씨 탓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나주·담양 등 전남 주요 지역 평균 일조 시간은 133시간으로 최근 10년간 전국 평균 일조시간(177시간)보다 25% 감소했다. 2월에는 비가 15일이나 내려 일조량 부족으로 딸기 등 생육지연·기형 발생 원인이 됐다.

저조한 일조량 탓에 곰팡이균을 제거할 수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배 씨는 “햇빛이 들어 곰팡이균을 말려줘야 제거 되는데 온갖 약품방제를 써도 없어지지 않고 있다”며 “꽃에 곰팡이가 낀 것을 제거하고 썩은 딸기를 골라내는 게 하루 일과다. 딸기 모종값·난방비용 등이 올라 딸기를 재배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배 씨는 정부 차원의 지원책 마련을 호소했다.

배 씨는 “한창 자라고 있어야 할 딸기에 곰팡이가 피어 있다. 과실 모양은 울퉁불퉁 하고 꽃에도 곰팡이가 피어 있어 수확이 가능한 딸기가 5개중 1개도 안된다”며 “ 정부가 나서 피해농가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일조량 감소로 멜론 겉표면에 균이 내려앉아 열매가 썩고 줄기는 갈변됐다
●일조량 저조 멜론 생육 지장

일조량 부족으로 인한 딸기에 이어 멜론 작황 상황도 마찬가지. 나주시 세지면 내정리 202 한 비닐하우스.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보니 초록빛 생기를 띄는 멜론 대신 갈색빛으로 말라 비틀어진 잎만 무성한 모습이다.

바람 빠진 축구공마냥 쭈그러든 멜론을 가리키는 김병오 나주세지멜론연합회장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올해 멜론 생육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2310㎡·430평 비닐하우스 3곳에서 멜론을 재배중인 김 회장은 “흐린 날이 많고 눈비가 자주 내려 지난해 보다 일조량이 30% 줄었으며 멜론 크기도 작아 상품가치가 없어졌다”며 “충분한 햇볕을 받지 못해 멜론 겉표면에 균이 내려앉아 열매가 썩고 줄기는 갈변됐다. 무릎병·잎마름병·과썩음병 등으로 품질이 떨어져 특품조차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높은 당도로 제값을 받으려면 풍부한 일조량이 기본이다. 설상가상 일조량 부족으로 난방비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다.

김 회장은 “멜론농사는 7~9월 휴지기를 제외하고 9개월간 2.5 기작을 한다. 난방은 10월부터 4월까지 이어져 생육기에는 영상 18도, 과실이 커지는 비육기는 23도를 유지해야 한다”며 “일조량이 부족해 하우스 1 동당 온풍기 6대씩 총 3동·18대를 가동했는데 지난해 전기 요금만 3000만원 이상 나왔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농작물 피해현황을 행정복지센터에 접수해 둔 상태다. 투입비에 상응하는 피해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일반재해 기준 정부 피해보상기준액이 한 동당 30~50만원선으로 책정돼 있다. 3개월 멜론을 키우기 위한 투입비용대비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특수재해상황으로 보고 농가들이 다시 농사를 재개할 수 있는 보상금액을 책정해 주는게 급선무”라고 밝혔다.

●전남도, 농작물 피해조사 착수

전남도는 일조량 부족에 따른 농작물 피해가 농업재해로 인정됨에 따라 농작물 피해 조사에 돌입했다.

작물 피해를 재해로 인정해줄 것을 정부한 결과 받아들여져 지난 5일까지 농작물 피해 신고·접수 등을 받았으며 본격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일조량 부족이 농업재해로 인정된 것은 지난 2010년에 이어 두 번째다.

전남도는 최근 30년 평균 지역별 일조량 분석과 타 지역 동일 작물 대조군 비교, 품목별 피해 분석을 통해 농작물 피해를 입증하고 지난 2월부터 일조량 부족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재해로 인정하도록 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동계 일조량 부족으로 생육피해와 난방기 사용으로 경영난 가중이 겹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농업재해로 인정해 줄 것을 건의한 결과물”이라며 “전남 농업인들이 농사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지원을 확대해 가겠다”고 밝혔다.
글·사진=조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