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착잡한 임정 105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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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착잡한 임정 105주년
이용환 논설실장
  • 입력 : 2024. 04.11(목) 17:05
이용환 논설실장
1919년 4월 10일 오전 10시. 중국 상하이 프랑스 조계에 조선의 13도 대표단이 모였다. 참여 인사는 독립운동가로 활동하던 도산 안창호와 초대 대통령 이승만, 사상가 조소앙 등 모두 29명. 한 달여 전 3·1독립운동의 파장을 주시해 왔던 이들은 이 날 모임을 임시의정원으로 명명했고, 독립운동가 이동녕 선생을 의장에 선임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11일 이동녕 의장은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정하고, ‘민주공화제’ 등 10개 항의 임시헌장을 채택한 정부를 대 내외에 선포했다. 대한민국의 시작인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탄생이었다.

1910년 8월, 대한제국이 멸망한 이후 대한제국의 주권을 계승한 임정은 대한민국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민족을 규합하고 나라를 되찾기 위한 독립운동도 치열하게 전개했다. 군주주권에서 국민주권의 역사로, 전제군주제에서 민주공화제로 바뀐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독립운동 과정에서 얻은 경험들도 해방 후 역사의 중요한 토대가 됐다. 역사학자 한시준은 이런 임정을 두고 ‘군주의 나라에서 국민의 나라로, 백성에서 국민으로 민족사를 바꾼 반만년 역사의 1대 사건’으로 평가했다. (한시준 저 대한민국 임시정부)

활약도 눈부셨다. 한국 독립운동의 정치적 중심으로 국제사회에 한국의 독립 의지를 보여줬고 광복군을 조직해 일본군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행동도 펼쳤다. 특히 임정 산하 광복군은 미얀마 등지에서 연합군과 태평양 전쟁에 참전하는 등 항일 공동작전을 활발히 수행했다. 한인애국단과 조선의용대 등의 무장투쟁과 함께 윤봉길 의사와 이봉창 의사의 의거도 동아시아의 정세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독립을 위한 국민의식 고취와 계몽 활동도 임정이 거둔 성과다.

11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탄생한 지 꼭 105주년이 되는 날이다. 공교롭게도 22대 국회를 이끌어 갈 300명의 국회의원도 이날 모두 확정됐다. 임시정부를 세웠던 독립투사와 국회의원은 활동한 시기와 역할은 다르지만,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고 국가를 위해 헌신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임정의 정신적 지주였던 이동녕 선생은 생전 ‘나라를 위한 일에 죽음을 어찌 두려워 하랴’고 했다. 죽음을 무릅 쓴 리더는 기적을 만든다. 새롭게 출발하는 22대 국회는 과연 죽음을 무릅 쓰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리더가 될 수 있을까. 임정 수립 105주년을 맞는 오늘, 성난 민심이 만들어낸 22대 국회의 탄생을 지켜보는 마음이 착잡하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