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교수의 필름 에세이>새로운 캐릭터 젠…포의 시대 저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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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교수의 필름 에세이>새로운 캐릭터 젠…포의 시대 저무나
마이크 미첼·스테파니 스티네 감독
쿵푸팬더 4
  • 입력 : 2024. 04.14(일) 16:41
마이크 미첼·스테파니 스티네 감독 쿵푸팬더 4.
지난 4월 4일 에버랜드 인기스타였던 ‘용인 푸씨’ 푸바오가 한국을 떠나자 영화 ‘쿵푸팬더 4’가 찾아왔다. 푸바오의 영향력인지 몰라도 팬더에 대한 낯섦 없이 영화를 선택하는 것이 필자만의 자연스러움인지…. ‘쿵푸팬더 3’ (2016)에 이어 8년 만에 만들어진 영화 ‘쿵푸팬더 4’는 ‘쿵푸팬더 시리즈’ 총 6편 중 네 번째 이야기다. 지난 세 편에 걸친 이야기를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접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독자의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 지난 세 편의 이야기를 먼저 요약해보기로 한다.

평화의 계곡에서 오리 아버지 핑 밑에서 국수 파는 일을 돕는 뚱보 팬더 포. 이 소년 팬더는 쿵푸 마스터를 꿈꾼다. 쿵푸에 대한 꿈을 키우던 터라 포는 절대신공 비법이 적힌 용문서의 전수자를 정하는 ‘무적의 5인방’ 대결을 구경하기 위해 시합장에 갔다가 마을의 현자인 거북이 우그웨이 대사부에 의해 ‘용의 전사’로 점지된다. 무적의 5인방과 시푸 사부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터인데, 용문서를 노리고 감옥에서 탈출한 타이렁이 마을을 습격해온다. 시푸 사부는 포에게 쿵푸 기술을 전수하고, 용의 문서 의미를 터득한 포는 진정한 용의 전사로서 악으로 가득 찬 타이렁을 무찌르고 마을을 지켜낸다.

시리즈 별 차이는 새롭게 등장하는 빌런들이다. 흑표범 타이렁 외에도 공작새 셴, 황소 카이가 있다. ‘쿵푸팬더 4’에는 보다 강력한 빌런으로서 이들 빌런들의 능력을 모두 빼앗으려는 카멜레온이 등장한다. 시리즈에 빠지지 않는 조역 ‘무적의 5인방’ 구성이 재미있다. 쿵푸의 주요 권법은 호권, 학권, 당랑권, 사권, 원숭이권, 용권 등이다. 이 권법들은 동물 및 곤충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들이어서 그 움직임을 습득함으로써 권법이 되어온 것이다. ‘쿵푸팬더’ 시리즈는 동물과 곤충을 직접 등장하게 하여 각 권법을 구현한다. 호랑이 타이그리스, 학 크레인, 사마귀 맨티스, 뱀 바이퍼, 원숭이 몽키가 직접 자신들의 권법을 펼치도록 하는 작가의 신박함이다. 애니메이션 영화만이 보여주는 재미이기도 하다.

전편에서 보여준 오리 아버지와 팬더 아들은 누가 봐도 친부·친자 관계가 아닌데, 이를 소재로 삼은 엉뚱함도 웃게 만든다.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친부 팬더 리샨을 만나기 전의 갈등 및 만남에서 빚어지는 생부와 양부의 입장 등을 뻔하지만 애니메이션이라 뻔하지 않게 볼 수 있는 점도 새로웠다. ‘쿵푸팬더 4’에서는 친부와 양부가 합심하여 아들을 돕는데, 애니메이션이 주는 교훈이기를 바라게 된다. 쿵푸팬더 시리즈에는 교훈이 넘쳐난다. ‘지나간 것은 히스토리(history), 앞으로의 미래는 미스터리(mystery), 현재는 선물이라 프레젠트(present)’라며 현재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가능성 없어 보이는 주인공이 자신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과정을 통해 ‘누구나 장점은 있으며, 자신에게 내재된 힘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장점에 따라 다르게 교육해야 한다’는 교훈도 애니메이션의 보는 재미 속에 끼워져 있다.

‘쿵푸팬더’ 시리즈는 쿵푸의 철학, ‘믿음’ ‘내면의 평화’ ‘기’와 같은 키워드로써 관객을 일깨운다. 이번 ‘쿵푸팬더 4’의 키워드는 ‘변화’다. 변화가 무기인 카멜레온처럼 외형적 변화가 아니라 내면의 진정한 변화를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악의 그늘에서 성장한 젠이 악을 버리는 변화도 보여준다.

한편 지혜의 지팡이를 물려받은 포는 영적 지도자로 성장하는 동시에 후계자를 지목해야 할 만큼 변화를 기해야 할 입장이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도 여전히 용의 전사로서 마무리를 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영화는 ‘쿵푸팬더 6’까지 시리즈를 이어가기 위한 전환점으로 활용된 것 같다. 무적의 5인방보다는 새로운 캐릭터인 여우 젠의 비중이 커졌다. 포가 젠에게 복숭아 씨앗을 건네주며, “씨앗이 되어줘.”라는 말은 포의 시대를 젠의 시대로 이양하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어느덧 큰 나무가 된 복숭아 나무 아래에서 내면의 평화를 위해 수련을 하는 포. 이는 ‘쿵푸팬더 5’에 대한 준비인 듯 보였다. (4월 10일 개봉) 백제예술대 명예교수
마이크 미첼·스테파니 스티네 감독 쿵푸팬더 4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