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광장·이재남>링 안에서 잘 싸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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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광장·이재남>링 안에서 잘 싸우는 법
이재남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정책과장
  • 입력 : 2024. 04.15(월) 10:43
이재남 정책과장
‘어공’이라는 말이 있다. ‘어쩌다 공무원’이 된 사람들을 일컫는 세칭이다. 공무원 임용 시험 등 절차가 아닌 주로 선거를 통해 선출된 공직자들과 임기 동안 그들과 함께 공무원 신분을 갖게 되는 사람들을 말한다. 대통령, 장관, 단체장, 기관장, 의원과 보좌관, 정무비서, 공기관 연구원 등이 있다. 소위 ‘문민 통치’라는 민주주의 기본원리를 구현하는 ‘룰’이지만, 늘 내부에 있던 ‘늘공’들의 처지에서 보면 불편한(?) 사람들이다.

이렇게 ‘어공’이 된 사람들은 그동안 밖에서 시민사회 활동을 열심히 한 활동가들이나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거나 정치적인 영역에 포진돼 있다. 교육계에도 그동안 노조 활동이나 필드에서 집회, 시위, 교섭 등의 소위 필드 전문가들이나 승진을 초월(?)해 교육전문가로서 살아오던 이들이, 어느 날 교육청이나 학교장으로 자리를 옮겨 책임있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들은 모두 선거나 특정 계기로 밖에서 안으로 던져진 ‘개밥에 도토리(?)’들이거나 전문가라는 명분으로 다른 집단에서 스카우트된 자들이다. 한마디로 링 밖에서 사각의 링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이다. 시스템 밖에서 체제 안으로 던져진 사람들. 그들에게는 숙명적인 과제가 있는데 필드의 야성을 유지하고 내부 체제를 혁신하면서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해야 할 과제가 있다. 그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사각의 링에서 글러브를 끼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주먹을 이용해 상대를 타격하여 쓰러트리는 경기를 복싱 경기라 한다. 어느 날 큰 글러브를 끼고 거들먹거리며 나타난 선수가 있으니 언급한 속칭 ‘어공’들이고 시스템 내부로 던져진 자들이다. 밖에 있을 때 하고 링 안에서 선수로 뛰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한 회전을 마치는 공이 울리면 중립지역으로 돌아가야 하고 발로 차도 안되고 머리로 헤딩해도 안되고 특정 부위를 때려도 안된다. 대표선수라고 뽑아서 보낸 이들은 밖에서 이 광경을 보면서 답답해한다. 아니 공이 울렸다고 싸움을 멈추면 어떻게 하냐, 언제부터 그렇게 신사적으로 싸웠냐, 들이받아라, 반칙을 사용하더라도 이기는 싸움을 해야 한다고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댄다.

결국은 풋 웍이나 클린치, 커버링 기술 등을 갖추지 못한 채 코피만 흘리고 처맞고 내려오면 링 밖에 있는 이들은 설상가상으로 그럴 줄 알았다, 그렇게 척해가 지고 싸움이 되겠냐,내가 해도 너보다는 잘하겠면서 소금을 뿌려댄다. 얻어맞고 씩씩거리고 있는 사람의 처지에서 보면 상대편보다 응원하는 아군이 더 밉게 보인다.

링 안은 내부의 논리가 있다. 일단 그 논리를 잘 체득하고 내부 논리로 싸워 살아남아야 한다. 그런 연후 내부 룰을 바꿀 수 있다. 선수(내부자)가 관중(외부자)인척하고 관중이 선수인척 하면 안된다. 외부자는 내부자 고충을 이해하고 내부에서 힘을 잃지 않게 지지해야 한다. 내부자에 유연성의 지혜를 제공하여 살아남을 수 있게 해야 하고 내부자는 외부의 시선을 끝까지 유지하며 내부에서 혁명적으로 싸우는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 내부자보다 더 내부자답고 외부자보다 더 외부자의 야성을 유지해야 한다. 외부자의 임무는 늘 링 안으로 새로운 선수를 들여보낼 준비를 해야 하고 내부자는 체력이 다 되었을 때 내려올 줄 알아야 한다. 부족하지만 열심히 싸운 선수를 격려할 줄 알아야 하고 답답하지만 끝까지 믿어준 외부자들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이시간 내부자들은 누구고 외부자들은 누구인가. 어제까지 내부자가 외부자가 될 수있고 외부자가 내부자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선수가 되고 싶은 자는 링의 논리를 우선 체득, 살아남아야 한다. 링 안의 제1 법칙은 무엇일까. 우리는 매일 링으로 출근하고 링 밖으로 퇴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