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된 아이들 잊지 않길…” 눈물의 세월호 기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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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별이 된 아이들 잊지 않길…” 눈물의 세월호 기억식
목포신항 세월호 추모행사
유족, 딸이름 부르며 “미안”
이태원 유족도 “재발 방지”
진도·광주 등서 추모 행렬
  • 입력 : 2024. 04.16(화) 18:30
  •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16일 세월호가 거치돼 있는 목포 신항만에서 열린 목포 기억식에서 유가족과 추모객 등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헌화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16일 세월호가 거치돼 있는 목포 신항만에서 열린 목포 기억식에서 유가족들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나건호 기자
“빛이 되고, 별이 되고, 바람이 된 다혜야. 아이들아. 미안하다.”

녹슬고 부서진 세월호 선체가 놓인 부두에 한 어머니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2014년 4월16일 차디찬 진도 앞바다에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은 딸. 여전히 그날을 잊을 수 없는 다혜엄마 김인숙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딸의 이름을 목 놓아 불렀다. ‘미안해, 미안하다’ 조금 더 크게 외치면 하늘에 닿을까, 10년 동안 수십번 외쳤을 ‘미안하다’는 말을 어머니는 또 한 번 되뇌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은 16일 오후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 앞에서 ‘세월호잊지않기목포지역공동실천회의’가 주최한 10주기 목포기억식이 열렸다. 행사에는 0416단원고가족협의회, 이태원참사가족협의회 및 전남도교육감, 목포시장, 국회의원, 시민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앞서 이날 오전 세월호 침몰 해역인 진도 동거차도 인근 해역에서 선상 추모식을 마친 유족들은 기억식에 참여하기 위해 곧바로 목포신항으로 발걸음했다.

망망대해에 국화꽃을 던지며 한차례 눈물바다를 이룬 유족들의 표정은 세월호 앞에서 더욱 침울해졌다. 아이들이 갇혀있던 세월호는 어느새 본래 색깔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녹이 슬었지만, 애달프고 비통한 유족들의 마음은 10년 전 그날과 다르지 않았다. 구슬픈 피아노 반주 소리 사이로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유족들은 여전히 안전사회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기억’만이 비극을 막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다혜엄마 김인숙씨는 기억사를 통해 “시간이 흘러 딸은 27살이 돼도 아픔은 조금도 사라지지 않았다”며 “아마도 10년, 그 후 10년이 흘러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여전히 이 나라는 안전하지도 않고 무책임하기만 하다”며 “희생자들을 기억함으로써 다시는 이 땅에 비극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모두 그날의 봄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대’의 의미로 자리에 함께한 이태원 참사 유족들도 정부를 향해 참사 재발 방지를 위한 생명 안전 공약을 지켜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16일 세월호가 거치돼 있는 목포 신항만에서 열린 목포 기억식에서 유가족들이 기억 퍼포먼스를 보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나건호 기자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해린씨의 아빠 이종민씨는 “세월호 구조에 실패했던 해경 지휘부와 청와대 관계자는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태원 참사 역시 아무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며 “진상을 규명하고자 국회에서 특별법을 통과시켰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했다. 정부가 참사를 대하는 자세는 변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참사에 대한 국가 책임을 외면하고 안전사회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10년, 20년이 지나도 국민은 고통받을 것”이라며 “이번 총선에서 후보들에 생명안전 공약 약속을 제안했다. 사참위 권고 이행,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등 가장 우선 검토하고 추진해야 할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학생 대표로 추모사 낭독에 나선 목포제일여자고등학교 3학년 신세영양은 “세월호 참사 당시 9살이었던 저는 희생자들보다 많아진 나이로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다”며 “학교에서 매년 4월16일이 돌아올 때마다 희생자들에게 편지를 쓰고 노란 리본을 달아 그들을 기억한다.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행사장 뒤편에는 ‘안전사회’를 약속하는 의미로 나무 그림에 지장을 찍어 작품을 완성하는 참여 부스도 마련됐다. 추모객들은 나무 가지 끝마다 엄지손가락으로 색색의 지장을 꾹 눌러 찍고, 그림 옆에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잊지 말자’ 등의 추모 문구를 적기도 했다.

추모객 설모(42)씨는 “참사의 책임은 구조를 방기한 국가에 있다”며 “새 국회가 열린 만큼 세월호를 비롯한 각종 국가 참사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와 안전 시스템 마련이 이뤄질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진도 팽목항 일대에서도 세월호 참사 10주기 행동 진도연대가 주최하는 추모·기억식이 오전10시부터 오후 4시16분까지 진행됐다. 같은 날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는 오후 2시 예술인들이 노래, 그림 등으로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예술인행동 장’ 행사가 열렸으며 오후 7시 세월호참사10주기 광주추진위원회가 기억식 및 기억문화제를 개최했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