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서 열리는 이주 작가들의 이색 도자기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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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ACC서 열리는 이주 작가들의 이색 도자기 전시
18일 첫 도예전 ‘길위에 도자’ 개막
7월까지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6관
이주 관점에서 현대도예 조명 화제
참여 작가들 조선대서 창제작 눈길
  • 입력 : 2024. 04.18(목) 16:04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길 위에 도자 전시가 18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6관에서 열려 관람객들이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계 미국 도예가인 린다 응우옌 로페즈, 에이미 리 샌포드, 세 오(Se Oh), 스티븐 영 리의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전시는 오는 7월 28일까지 열린다. 김양배 기자
깨지고 찌그러진 도자기에도 미학을 발견할 수 있을까?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18일 현대 도예 전시 ‘길 위에 도자’ 개막식을 열고 7월 28일까지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6관에서 전시를 이어간다.

이번 전시는 설치 및 미디어 매체 전시를 주로 선보이는 ACC에서 진행하는 첫 도예 전시로 아시아에서 이주한 도예의 전개 양상을 현대 미술로 새롭게 해석해 소개한다. ACC가 아시아를 주제로 다양한 담론 활성화를 위해 기획한 ‘아시아 네트워크’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으며, 전시는 이주의 경험을 가진 작가들을 통해 아시아 외부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현대 도자를 조명한다.

전시는 ‘스티븐 영 리(한국계 미국)’, ‘린다 응우옌 로페즈(베트남-멕시코계 미국)’, ‘세 오(한국계 미국)’, ‘에이미 리 샌포드(캄보디아계 미국)’ 등 4인이 참여한다. 참여 작가는 이민 2세대 혹은 입양과 같은 개인의 이주 서사에서 비롯한 문화적 충돌과 정체성 탐구맥락에서 자신의 서사를 도자에 담아낸다. 도예의 양식사적 접근이 아닌 인류의 역사와 흘러온 이주 현상을 통해 현대 도예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본다.

특히 스티븐 영 리, 린다 응우옌 로페즈, 세 오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미국을 떠나 광주지역에 있는 조선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일부 작품을 창·제작해 더욱 관심을 모은다.

스티븐 영 리 작 마징가Z아프로디테A무늬 항아리. 김양배 기자
스티븐 영 리 작가는 부모님이 한국인으로 이민 2세대 도예 작가다. 미국의 명망 있는 도예 기관인 아치 브레이 도자재단의 아트 디렉터를 16년간 역임했다. 작가는 도자의 기형을 깨트려 완벽한 균형미를 최고로 여기는 도자의 전통적인 관습에 도전하는 작업을 한국의 전통 도자 형태를 기반으로 다양한 문화권의 문양을 사용해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광주에서 2주간 머물며 제작한 3점과 미국에서 제작한 4점을 더해 총 7점의 신작을 선보인다.

스티븐 영 리 작가는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은 ‘해체’ 시리즈로 한국의 전통적인 그릇을 기반으로 제작했다”며 “일부 작품을 광주에서 창·제작해 한국의 유약으로 만든 작품이 한국에 선보여지는 것이 몹시 설레인다”고 말했다.

린다 응우옌 로페즈 작 먼지 털북숭이 시리즈. 김양배 기자
린다 응우옌 로페즈 작가는 유년시절 부모님의 이민배경에서 오는 언어적 어려움을 계기로 일상의 매우 사소하고 주변적인 사물들에 관심을 가지고 대걸레나 먼지 등을 의인화한 도자 조각들을 제작해 오고 있다. 광주에서 창작한 3점의 ‘털복숭이 먼지’ 시리즈와 관람객들이 직접 앉을 수 있는 의자형 도자 조각 4점 등 총 7점의 신작이 관람객을 맞는다.

린다 응우옌 로페즈 작가는 “광주에 와 기쁘고 조선대에서 시리즈 ‘먼지’ 작품을 제작할 수 있어 좋았다”면서 “작품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주변 것을 추상적으로 담아냈다”고 말했다.

세 오 작 고요한 물. 김양배 기자
세 오 작가는 주로 자연의 형태에서 모티프를 차용하고 재료적으로는 한국의 고려청자 유약을 사용해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주제를 도자에 녹여낸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 ‘정(精)원’을 포함해 다수의 작품이 광주의 식물에서 영감을 받아 한국의 흙을 사용해 창작됐다.

세 오 작가는 “전시 주제는 ‘도자 정원’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본토의 꽃과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꽃을 이용해 작업했다”면서 “한국의 흙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것은 어렵지만 태어난 곳의 흙으로 만든 작품이 어떻게 보여질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에이미 리 샌포드는 사회가 개인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도예로 표현하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도자 관련 퍼포먼스 영상과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이강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해외 유명 도예 작가가 도자의 고장인 한국을 찾아 한국의 흙을 경험하고 이를 사용해 도자를 빚어낸다는 점이 뜻깊다”면서 “‘길 위에 도자’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이주 예술가를 이해하고 현대 도예의 경험을 넓혀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